“해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보행자 안전은 뒷전입니다”
올해부터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 규제가 강화됐지만 도내 현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보행자 안전을 외면한 무법 질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오전 10시께 수원시청 인근 대형마트 앞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보행자 2명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순간 1t 트럭이 속도를 높여 보행자를 피해 앞으로 지나갔다. 뒤따라오던 승용차는 빨간불로 신호가 바뀌자 빠른 속도로 우회전을 시도했다. 보행자는 아직 횡단보도에 있었다.
오전 11시30분께 의왕시 고척사거리. 보행자 한 명이 횡단보도 중간에 잠시 멈춰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다. 길을 건너던 중 25t 레미콘 차량이 잠깐의 틈을 이용해 우회전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감시하는 카메라나 단속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용인시 죽전사거리에서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우회전 차선에서 달려오던 승용차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를 하지 않아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급정거했다.
김현자씨(67ㆍ가명)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차량들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대한 단속 활동은 찾아볼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도로교통법 제27조에 따르면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보행자의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이를 위반 시 기존 적용됐던 과태료(승용차 6만원ㆍ승합차 7만원) 및 벌점 부과(10점)에 이어 새해부턴 보험료 할증(2~3회 5%, 4회 이상 10%)까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는 우회전 시 보행자가 거의 건넜다고 판단되면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해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도내 보행자보호의무위반 건수는 지난 2018년 1천606건(사망자 21명ㆍ부상자 1천691명), 2019년 1천648건(사망자 25명ㆍ부상자 1천713명), 2020년 1천263건(사망자 23명ㆍ부상자 1천305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사망한 보행자는 69명, 부상자는 4천709에 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된 만큼 경찰 측에 단속 강화 요청을 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