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문 닫은 경로당 한파쉼터…칼바람 맞는 노인들

23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경로당을 찾은 노인이 경로당 휴관을 알리는 게시물을 바라보고 있다. 최종일기자
23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경로당을 찾은 노인이 경로당 휴관을 알리는 게시물을 바라보고 있다. 최종일기자

“한파쉼터라고 해서 경로당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네요.”

23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경로당 한파쉼터. 문 앞에 붙은 안내문을 한참 바라보던 A씨(78)가 발길을 돌려 경로당 앞 의자에 앉으며 이렇게 말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A씨는 하루에 1번씩 경로당 앞에 와 서성인다. 한파쉼터인 이곳이 언제 문을 열까 매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거노인인 A씨에게 경로당은 맘 편히 몸을 녹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A씨는 “소득이 없다보니 방이 추워도 하루종일 보일러를 틀 수가 없다”며 “이 동네에 사는 노인들은 다 비슷한 처지”라고 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부평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한파쉼터’라는 현판이 무색하게 다리를 펴고 앉을 공간조차 없다. ‘한파쉼터’ 현판을 보고 서성이던 B씨(75)가 이내 발걸음을 돌린다. B씨는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까 한파쉼터를 찾게 되는데, 민원인도 많고 공간도 좁아 오래 머물기엔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천지역 경로당 내 한파쉼터가 대부분 문을 닫고, 행정복지센터에 마련한 한파쉼터는 홍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노인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특히 24~27일 전국에 한파가 몰려온다는 예보가 나오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한파쉼터 784곳 중 77%인 606곳은 경로당이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이곳을 이용하던 노인들은 갈 곳을 잃은 상황이다. 또 132곳, 17%는 행정복지센터를 한파쉼터로 지정했지만, 이를 모르는 노인이 대부분이다. 한파쉼터의 위치를 홈페이지에 공지해 홍보하면서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은 인지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파쉼터를 가더라도 별도의 쉴 공간 없이 민원실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쉼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노인들이 난방비 걱정에 냉골인 방에 오래 머물거나 기존 쉼터를 통해서 해오던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신체적·정신적 건강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사람들이 붐비는데, 정작 취약계층은 갈 곳이 없다”며 “경로당은 노인의 사회적 관계성 향상 등의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관리에 의지를 갖고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동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추위를 피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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