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이력을 알 수 없는 ‘안심콜’ 사용을 제지해야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처지라...”
정부가 6일부터 코로나19 방역패스 범위를 카페와 식당, 스터디 카페, PC방 등 총 16곳으로 확대한 가운데 경기도 곳곳에서 혼란과 깊은 한숨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안양 범계역 근처의 한 PC방.
입구에서 만난 20대 남성 3명 중 2명은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지 않은 부분 접종자였지만 이들은 접종 이력을 확인할 수 없는 ‘안심콜’로 전화를 걸며 ‘꼼수’ 입장을 시도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점주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보였지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의왕시 내손동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최선학씨(28ㆍ가명)가 환불을 요청하며 ‘씩씩’거리며 이곳을 나왔다. 회계사 시험을 80여일 앞두고 컨디션 관리에 신경써야 할 최씨에겐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백신 부작용은 시험을 망칠 혹시나 모를 변수였다.
그동안 ‘필수’가 아닌 ‘선택’이기에 시험 종료일까지 백신 접종을 미뤄왔던 그에게 이날부터 스터디 카페에도 방역패스가 적용되면서 최씨는 합격을 위한 막판 스퍼트를 할 소중한 공부방을 잃게 됐다.
난처하긴 카페 주인 박수연씨(43ㆍ여ㆍ가명)도 마찬가지. 이날 오전에만 15통의 환불 문의 전화로 기진맥진한 기색이 역력한 박씨에게 방역패스는 지난달 1일 ‘위드 코로나’ 이후 매출 반등의 꿈을 빼앗어버린 주범과도 같은 존재였다.
점심시간이 지난 수원시청 인근의 한 카페.
직원이 손님들 한명 한명을 상대로 방역패스를 확인하기 여념이 없는 가운데 어느덧 입구는 대기줄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방역패스 범위 확대를 인지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가뜩이나 쌀쌀한 날씨에 뭐 하는 짓거리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직원은 접종 여부를 확인하랴, 변경된 지침을 설명하랴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반면 변경된 지침을 숙지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미접종자 일행들과 함께 교묘히 인원제한의 규제를 피해가기도 했다.
현행 지침상 미접종자 1명은 카페나 식당에 들어갈 수 있기에 6명의 일행은 미접종자 1명ㆍ접종자 2명씩 조를 나눠 태연하게 주문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은 “업종마다 사정이 다른데,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이유로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2년 동안 영업도 제대로 못한 소상공인들에게 방역패스는 죽으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는 접종률을 높이는 게 목적인데, 한국은 이미 접종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방역패스는 오히려 접종자에게 코로나19에 대한 해이감을 주기 때문에 정부는 이보다는 병상확보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역패스 다시 한번 결사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26만3천5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정민ㆍ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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