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돌아서면서 나뭇잎들이 마당과 골목길까지 나뒹굴면 시간 반을 쓸어야 깨끗해진다. 바람이 불고 비 오는 날 마당 쓸기는 더러 버겁기도 했다. 하지만 마당 쓰는 일은 하루를 시작하며, 또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음을 쓸어내리는 일로 여겼다. 어느 날 외출 후 하늘이 훤히 보여 속이 후련함을 느꼈다. 그런데 다시 보니 나무가 잘려나간 모습이었다. 옆집 나무라 어쩌지도 못했지만, 마음 한쪽에 휑한 바람이 일었다. 다행히 모아 둔 낙엽들이 무덤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번씩 휘 휘 저어 주면 아직 남은 온기로 은은한 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한여름 무더위 속 나무 그늘에서는 잠시나마 시원함을 느낀다. 나무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기온 차를 올 한해 절실히 온몸으로 느꼈다. 온난화로 세상의 기온은 올라가고 사막화는 늘어만 간다. 나무 한 그루에 대한 위대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잘려나간 나무의 남은 밑동에서 내년에 건강한 잎들이 무성하게 피어나길 기원해 본다.
홍채원 사진작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