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요소수, 너마저” 경기북부 ‘거점 주유소’ 달랑 1곳

요소수 대란으로 전국 100곳에 지정돼 있는 거점주유소 중 경기북부지역에 유일한 주유소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남양주TG 주유소가 요소수를 넣기위한 차량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윤원규기자
요소수 대란으로 전국 100곳에 지정돼 있는 거점주유소 중 경기북부지역에 유일한 주유소인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구리남양주TG 주유소가 요소수를 넣기위한 차량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윤원규기자

전례 없는 ‘요소수 대란’으로 정부가 거점 주유소를 통한 요소수 공급에 나섰지만, 경기북부에는 단 1곳만 선정되며 사실상 요소수 공급 지원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허브가 모인 남부지역만큼이나 화물 이동량이 많은 북부지역에도 추가적인 거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남양주시 진건읍의 한 주유소. 인근에 물류창고가 모여 있어 대형 화물차의 이동이 잦았지만, 요소수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다. 요소수를 구하러 나섰다가 허탕을 친 화물트럭 기사들은 주유소 앞에 차량들을 줄줄이 세워둔 채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5년째 냉장 화물차를 몰고 있다는 김준모씨(45)는 “남부 못지않게 북부에도 물류창고나 공장이 많은데, 서울 바로 옆 고작 1곳에만 거점을 두는 게 말이 되느냐”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요소수를 구하지 못할까봐 눈앞이 캄캄하다”고 털어놨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전국에 거점 주유소 104곳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요소수 180만ℓ를 공급하고 있다. 경기도엔 총 12곳의 거점 주유소가 있는데, 이 가운데 경기북부에 해당하는 건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구리남양주 톨게이트 단 1곳뿐이다.

포천시 내촌면의 주유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10분 동안 수십대의 화물차가 이곳 주유소로 진입했지만, 차량들은 ‘요소수 품절’이라는 표지를 보고 그대로 운전대를 돌려야 했다. 개인 승용차를 끌고 요소수를 찾아 나선 화물기사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승용차를 제외하고 경유차량 비중이 90% 안팎을 차지하는 화물차ㆍ특수차ㆍ승합차는 지난해 기준 도내 103만7천대로 집계됐다. 이 중 경기북부 차량만 28만1천대(27.1%)로, 경유차량 3대 중 1대는 경기북부에 등록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경기북부 거점 주유소는 단 1곳인 상황. 이날 낮 12시 기준 거점 주유소 104곳 중 요소수가 공급된 주유소는 58곳으로, 총 34만1천800ℓ가 입고됐다. 경기남부에선 9곳에 6만4천ℓ가 들어왔고, 경기북부 유일의 거점 주유소엔 고작 4천ℓ만 공급됐다.

강경남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기계지부 펌프카지회장은 “900명 넘는 북부지역 조합원이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경기남부는 물론 충남 천안까지 원정을 뛰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에 손을 뻗쳐놓고 이런 불공평한 처사는 말이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요소수 관련 업체들과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며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실험과 함께 빠른 수입을 위한 작업도 다각도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유소 1만1천곳 중 일부에만 우선 공급하려니 (수요가) 너무 몰린다”며 “거점 주유소를 1천400곳까지 늘리고 재고 현황을 인터넷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별 변동이나 추가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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