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View] 삼매(三昧) 빠지기 좋은 계절

홍채원_공감view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바사니오는 금, 은, 납 상자 중 금, 은 상자를 외면하고 납 상자를 선택한 덕에 아름답고 부유한 포사를 아내로 맞이한다. 대장동이 무엇이고 노른자 땅이 다 무엇인고. 바사니오 같은 계절을 느낀다. 마른 잎 떨어내고 휘영청 휜 허리, 초록이 우거지고 붉은 꽃피워 유혹하던 계절은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의 욕망이나 불안은 없다. 온전히 그대로를 들어내는 계절의 초입에 힘 잃은 햇살이 부드럽다.

지금은 삼매(고요, 절멸, 적정)에 빠지기 딱 좋은 계절이다. 정신집중 하기 좋다는 말이다. 독서의 계절이라 운운하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 손 전화기 내려놓고 종이 질감 느끼며 독서삼매경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홍채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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