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어린이보호구역 주ㆍ정차 전면 금지 첫날…불법 여전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있는 모든 도로에서 차량의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21일 수원시 영통구 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윤원규기자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있는 모든 도로에서 차량의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21일 수원시 영통구 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윤원규기자

“10초 정도 정차했는데 불법이라고요?”

21일 오전 8시30분께 수원시 영통구 신풍초등학교 앞 도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주ㆍ정차 전면금지 시행 첫날임에도 이곳 도로 위에는 자녀를 태운 학부모들의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어린이보호구역을 나타내는 붉은색 도로와 문구, 표지판이 곳곳에 있었지만, 일부 학부모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 차량을 멈추고 아이를 직접 학교까지 바래다줬다.

이곳에서 교통지도를 하던 녹색어머니회 소속 학부모 A씨는 “법 개정 시행 첫날이라 그런지 학부모들이 법 개정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며 “벌써 10여대 차량 이상이 보호구역 내 주ㆍ정차를 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용인시 수지구 풍덕초 앞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교문 앞 차로마다 수십m 길이의 학부모 차량이 긴 줄을 이었다. 본보가 이날 30분간 이 도로를 살펴본 결과, 14대의 차량이 불법 주ㆍ정차 등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

이날 어린이보호구역 주ㆍ정차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도내 곳곳에선 여전히 불법 주ㆍ정차가 성행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이라도 별도로 주ㆍ정차 금지 장소로 지정돼 있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주ㆍ정차할 수 있었지만, 이날부터는 별도 표시가 없어도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주ㆍ정차를 할 수 없다. 다만, 시ㆍ도경찰청장이 안전표지로 허용하는 구역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한해 어린이 승ㆍ하차를 위한 주ㆍ정차는 가능하다.

학부모들은 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C씨는 “학교 안내문을 통해 법 개정안 시행 소식을 들었는데, 아침 등굣길을 가보니 주ㆍ정차 차량이 많았다”면서 “단속 없이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한숨 쉬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제도 변경에 대한 내용을 시민에게 홍보 중이며, 9월 개학에 맞춰 일제 단속을 시행한 바 있다”며 “앞으로 어린이보호구역 순찰 강화는 물론 지자체와 유기적으로 협조해 불법 주ㆍ정차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쿨존 내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망 또는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에도 지난해 6월 말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스쿨존 불법 주ㆍ정차 신고 건수는 11만6천862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기도 내 신고 건수는 전국 최다 수치인 4만2천313건(36.2%)으로 나타났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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