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view] 키에 대한 단상

그늘은 어느새 스산하고 양광은 등에 따갑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가을이면 추수를 한 후 바람 따라 곡식 등을 까 불러서 쭉정이를 걸렀다. 어머니 손에서 바람을 가르고 리듬 타며 춤추고 동고동락했던 사물이다. 희망을 필요로 하는 절박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생과 사의 경계 선상에서 겹겹 기우고 다시 고쳐 썼다.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 고단한 무게가 느껴진다. 한 감정 속에 다른 한 감정이 스며든 물건이다. 몸의 흔적이 밴 주인을 먼저 떠나보낸 사물은 더 이상 사람이 그립지 않다.

움직임에 다 다르니 오직 그리운 것은 고요뿐.

홍채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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