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경기일보 2일자 1ㆍ3면)에 따라 안산시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특단의 조치에 나선다.
3일 경기일보가 단독 입수한 안산시 코로나19 대책회의 자료에 따르면 안산시는 지난 2일 경기도에 관내 외국인 백신 우선 접종을 요청했다. 경기도는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예비로 확보해 둔 화이자 백신 4만7천명분의 물량을 제공하기로 협의했고, 안산시는 오는 9일부터 접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18일 안산에서 나이지리아 국적 노동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잠적, 10시간 넘게 도심을 활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부터 열흘(바이러스 잠복기 7~14일) 뒤인 28일 기준 반월공단 인근에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117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또 최근 일주일간 안산지역 하루 신규 확진자 중 외국인 비중이 7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방역 당국은 올해 2월 남양주ㆍ동두천지역 외국인 집단감염 사례를 겪은 바 있다. 명백한 방역 실패임에도 사실상 외국인을 외면하는 기조를 유지했고, 이번에도 감염 상태로 도주했던 외국인의 인적사항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방역 시스템이 무력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기숙사에 집단생활을 하거나 직업소개소, 그들만의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접촉하는 탓에 무분별한 감염 전파 위험이 높다. 국내 최대 외국인 밀집지역이기도 한 안산에선 최근 반월공단을 중심으로 감염 확산이 이어지며 산업현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안산시는 ‘우선 접종’ 카드를 꺼내든 데 이어 경기일보에서 지적했던 방역 상황에서의 외국인 차별 문제도 개선한다. 통ㆍ번역 부족으로 방역 안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역 인력 40명을 추가 확보,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단원구를 중심으로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통역 국가는 거주자의 국적 비율에 따라 중국ㆍ우즈베키스탄ㆍ러시아ㆍ베트남 등으로 선정됐다.
안산시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환경은 방역에 열악한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산업현장까지 연쇄 감염이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현재 외국인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집단감염이 내국인 전파로 이어지거나, 반월공단 등에 입주한 중소기업으로 피해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구재원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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