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피 말리는 심정입니다. 남은 것은 절망뿐입니다”
정부가 12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그동안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있던 소상공인들이 절망에 빠졌다. 1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매출이 바닥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11일 만난 경기도내 소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하루 앞두고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수원 아주대 인근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김동섭씨(52)는 이제는 물러날 곳이 없다며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분개했다. 김씨는 “반년 넘게 5인 이상 집합금지와 오후 10시 영업제한 조치를 지켰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이 이런 것이냐”며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우리는 그냥 죽으라는 것이냐”라고 하소연했다.
평택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 역시 깊은 절망에 빠졌다. 업종 특성상 피크타임이 오후 10시 이후인 데다 2명씩 찾아오는 손님은 찾아보기가 거의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오후 10시 영업제한만으로도 손님이 없어 일찍 문 닫는 날이 많았는데,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모임이 가능하면 아예 손님이 끊길 것”이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목욕탕 또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받은 업종 가운데 하나다.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을 따르기도 어렵고 코로나19 때문에 불특정 다수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목욕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성남시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오지 않아 가게 운영에 한계가 왔다”며 “빚은 쌓일 대로 쌓였는데 연일 늘어나는 감염자 수를 볼 때마다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매번 이어지는 영업제한 등의 조치로 분노한 소상공인들은 더는 소상공인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방역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상백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는 매번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을 타깃으로 이들의 고혈을 쥐어짜고 있다”며 “우리도 지칠 대로 지쳤다. 백신보급 확산과 접종률을 늘리는 등 다른 방역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2일 0시부터 시행되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는 25일 자정까지 이어진다. 식당ㆍ카페ㆍ목욕탕ㆍPC방 등은 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으며, 클럽ㆍ헌팅포차ㆍ유흥주점 등은 영업이 중단된다.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사적 모임이 허용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개인은 과태료 10만원, 사업장에는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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