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에 나무와 수풀을 고사시킬 정도로 위험한 물질을 이렇게 허술하게 운반해도 되는 건가요”
평택시 청북읍 고잔리 한 도로에서 이송 중이던 유해화학물질이 유출, 도로 일대 나무와 수풀이 말라비틀어지고 주민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일대 주민들은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물류센터가 마을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불안한 와중에 ‘터질 게 터졌다’며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0일 한강유역환경청과 평택시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9시9분께 청북읍 고잔리 산 126-13번지 일원 지방도로를 달리던 운송업체 A사의 화물차에서 개미산(포름산) 200ℓ(평택시 추정)가 도로에 누출됐다.
개미산은 각종 유기약품의 합성 원료나 원단 염색 시 사용되는 화학약품으로, 피부에 닿으면 수포가 발생하며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무색의 산성 액체다.
조사 결과 해당 유출 사고는 인근 B물류업체가 보관하던 개미산을 A사 화물차가 적재 후 운반하는 과정에서 개미산이 담긴 ibc탱크(경질 플라스틱 용기ㆍ1천200ℓ)가 외부 충격에 의해 파손돼 누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발생 직후 한강유역환경청과 평택시, 소방서 등이 현장에 출동, 모래를 뿌려 초동 방제작업을 벌였으며 도로에 남은 잔여물은 살수차 및 해군의 제독차량을 이용해 9시간여 만에 방제를 완료했다.
방제 작업 완료 후 상황이 일단락된 듯 보였지만 인근 주민들은 현재 유해화학물질이 남긴 독한 산성의 부작용으로 인해 두통, 매스꺼움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로 인근에 조성된 나무와 수풀들도 개미산의 영향으로 잎과 줄기가 바짝 말라버리거나 누렇게 변해버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언젠가는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며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 C씨는 “마을에 유해화학물질을 보관하는 물류센터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했는데 사고 발생 후 마을 전체가 두려움에 휩싸였다”면서 “냄새를 맡은 이후로 머리가 아프고 침도 계속 나온다. 나무와 풀들이 찰나에 바짝 말라버릴 정도로 위험한 물질인데 이렇게 허술하게 운반해도 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B물류업체 관계자는 “화학물질을 담는 용기는 정해진 규격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지만 관련 조사에는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송업체 A사 대표는 “주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 피해 보상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강유역환경청은 물류업체와 운반업체가 화학물질 관리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을 적법하게 취급ㆍ운반 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며, 위반사항 적발 시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과 고발조치할 방침이다.
박준상ㆍ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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