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버려지는 폐어구 탓에 보기도 좋지 않을뿐더러 환경이 오염될까 걱정됩니다”
경기도 항구가 어민들의 비양심적인 행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어민들이 못 쓰게 된 그물 등 폐어구를 지상에 무단으로 투기하고 있기 때문인데,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환경오염 우려까지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본보가 화성과 안산, 시흥 등에 위치한 도내 주요 항구를 둘러본 결과, 폐어구 무단 투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찾은 화성 전곡항에서는 입구부터 폐어구가 마구잡이로 버려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폐그물과 밧줄 등 수백 개에 달하는 폐어구들이 마치 산처럼 쌓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새어나왔으며, 파리 떼도 잔뜩 꼬여 있었다. 전곡항 일대를 둘러본 결과 이처럼 폐어구가 쌓여 있는 곳은 수 곳에 달했다.
항에서 만난 주민들은 폐어구가 무단으로 버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주민 A씨(71)는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은 대부분 인근에 거주하는 어민들”이라며 “남들이 보지 않는 사이에 버리는데 잡을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주민 B씨는 “본인들이 쓰다 못쓰게 된 그물을 남의 사유지에 슬쩍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참다못해 자기 땅에 높은 담장을 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다른 항구의 상황 역시 전곡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곡항에서 14㎞ 가량 떨어진 화성 궁평항은 항 건너편 수천여㎡에 달하는 나대지 곳곳에서 버려진 폐어구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나대지 안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스티로폼과 폐그물, 밧줄 등이 대부분이었으며, 장기간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삭은 닻도 수십여개 있었다.
안산 탄도항에서는 항과 탄도호 사이 공간에서 버려진 폐어구들이 발견됐다. 어민들이 어구를 쌓아놓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에는 사용 중인 어구는 물론 폐그물과 스티로폼, 생활쓰레기 등도 뒤죽박죽 엉켜 있는 상황이었다.
시흥 오이도항의 경우 ‘어민 외 출입금지’라고 써 붙인 문 뒤편으로 가보니 사용하고 나서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폐그물과 스티로폼 등이 너저분하게 방치된 채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화성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수거 조치와 단속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몰래 버려지는 폐어구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현장점검을 실시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민들이 폐어구를 무단으로 투기하지 않도록 어촌계와도 지속 협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태희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