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붕괴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경기도 건설현장에서 또 다른 참변이 일어났다. 광명의 한 복합건축물 건설현장에서 담벼락이 무너지며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인데, 현장 안전조치가 미비했던 점이 확인되면서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16일 광명시와 광명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0분께 광명시 광명동의 복합건축물 공사현장에서 굴착기 작업을 진행하던 중 인근 건물의 담벼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담벼락 근처에 있던 일용직 노동자 A씨(55)가 사망했다. 하반신에 큰 외상을 입은 A씨는 사고 직후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수술을 받던 도중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사 현장은 753.9㎡ 규모로, 지하 1층ㆍ지상 6층 건물에 다세대주택ㆍ업무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1일 착공해 오는 11월 완공을 앞둔 상태였다.
이날 직접 찾은 광명 공사현장에서는 안전 조치 미흡 사항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낡은 담벼락 곳곳에는 크고 작은 금이 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담벼락 바로 앞까지 땅을 파 놓은 탓에 지탱할 수 있는 지반은 사실상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담벼락의 높이는 1.3m에 불과했으나, 공사현장을 굴착기로 1.7m가량 파낸 탓에 A씨를 덮칠 당시 담벼락의 높이는 3m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공사가 이뤄지던 현장에선 무거운 담벼락을 지탱할 수 있는 구조물은 단 하나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장을 조사한 광명시 역시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약해진 지반이 담벼락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인근 주민들 역시 공사 현장을 보면 항상 불안했다고 입을 모았다. 공사 현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60대 남성 A씨는 “담벼락 근처에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작업을 해왔다”며 “보는 내가 마음이 다 불안했었는데 결국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굴착기 기사 등을 상대로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명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에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며 “조사 결과를 통해 안전수칙 불이행 여부 등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평택시 진위면의 한 교량 토목공사현장에서 3t 무게의 철제 거푸집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근처에 있던 50대 작업자 A씨가 숨지는 등 경기지역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김용주ㆍ김태희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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