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도내 과수농가 '좌불안석'

7일 오후 안성시 서운면의 한 배 과수원에서 안성농업기술센터 등 관계자들이 과수화상병 예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서 이날부터 2주간 정부와 경기도, 지자체가 합동으로 정밀예찰을 실시한다. 김시범기자
7일 오후 안성시 서운면의 한 배 과수원에서 안성농업기술센터 등 관계자들이 과수화상병 예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서 이날부터 2주간 정부와 경기도, 지자체가 합동으로 정밀예찰을 실시한다. 김시범기자

“우리 과수농가는 코로나19보다 백신조차 없는 과수화상병이 더 무섭습니다”

7일 오후 1시께 안성시 서운면 송산리의 삼부농원. 1만3천223㎡ 규모의 배농원에서는 7명의 직원이 적정한 양의 과실만 남기고 나머지는 따내는 적과작업이 한창이었다. 잠시 뒤 방역복을 입은 안성시농업기술센터 직원 6명이 과수화상병 예찰을 위해 농장에 들어서자 박용철 삼부농원 대표(79)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난해 박 대표의 농장에서는 배나무 450주 중 6주가 과수화상병 진단을 받아 부분 매몰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날 안성시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은 배나무 곳곳을 확인하며 과수화상병 증상이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잎과 가지 등을 수거해 비교ㆍ분석했고, 박 대표와 농장 직원들은 초조한 모습으로 예찰 상황을 지켜봤다.

32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침보다 더 강력하게 방제하고 있지만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30년을 넘게 길러온 배나무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내 삶의 전부인데 혹여나 과수화상병에 걸려 뿌리째 뽑아낼까봐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내질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올해도 도내 곳곳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서 과수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고온다습할수록 전파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자칫 방제시기가 늦어지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과수화상병은 지난 5월 말까지 도내 35농가 27.9㏊에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총 7개 시ㆍ군 170농가 85.6㏊에서 발생해 해당 과수원의 사과, 배를 모두 매몰한 바 있다.

과수화상병은 사과, 배 등 장미과 180여종에서 발병하며, 잎, 꽃, 가지, 과일 등이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조직이 검거나 갈색으로 마르는 검역상 금지병해충이다. 전염성이 강한데다 아직 치료약이 없어 ‘과수나무 에이즈’로도 불린다. 특히 매년 발생률이 증가함에 따라 폐원 기준도 강화됐다. 지난해까지는 농장 전체 과수의 5% 이상 발생 시 폐원했지만, 올해부터는 5그루 이상 발생 시 폐원하는 것으로 기준이 상향 됐다. 이에 도농기원은 도내 과수농가들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이날부터 2주간 도내 시ㆍ군 농업기술센터와 합동예찰을 벌이고 있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 박성구 과수기술팀장은 “최근 기온이 올라가고 비도 많이 내려 과수화상병 전염성이 높아진 만큼 농가에서는 농기구를 철저히 소독하고 병 발생이 의심될 시 시ㆍ군 농업기술센터 등으로 즉시 연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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