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업계 “공무원 영업 중요”...특정 업체에 수의계약 몰아줘
매장될까 쉬쉬… 곪을대로 곪아, “道·수사당국 진상조사 나서야”
#1.
“명절과 생일에 선물 보내는 건 기본이고 리베이트(Rebate)를 챙겨주기도 한다”
살처분업계에서 일하는 A씨는 이 바닥에서 많은 일감을 따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라고 전했다. A씨는 “집을 한 채 사줬다는 소문도 있다. 현재 경기도내 3개 시의 방역팀장 성씨가 B씨인데, 이들이 접대를 자주 받아 업계에서는 이들을 통칭해 ‘삼B’라고 부른다”며 “물론 소문이란 게 과장되기 마련이지만 향응 접대가 없을 수가 없는 구조”라고 못 박았다.
#2.
“여기 그런 업체 없는데요… 아, 다시 생각해보니까 있어요. 제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인데 주소만 등록해놨어요”
충청지역 업체가 경기지역 일감을 수월하게 따내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찾은 안성시 서운면. 살처분 관련 업체로 등록돼 있는 주소를 찾아가니 장작을 판매하는 업체였다. 이곳에서 만난 C씨에게 살처분 업체의 존재 유무를 묻자 그런 업체는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C씨는 뒤늦게 무언가 생각난 듯 자신의 동생이 이곳에 개인사업자 등록을 해놨다고 말했다. C씨는 “동생이 사업자 등록을 위한 곳이 필요하다고 해서 장소를 빌려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그곳이 페이퍼 컴퍼니라는 걸 공무원들도 알고 있다”며 “한 업체 명의로 사업을 다 따내면 모양새가 안 좋으니까 다른 회사 이름으로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
업계 관계자 D씨는 공무원이 자신과 친한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주고자 의도적으로 1억원 미만 사업을 만들어 발주한다고 귀띔했다. 1억원 이상 큰 규모의 매몰지는 분리 발주하고, 사업비 규모가 작은 매몰지는 여러 개를 묶어 1억원 미만 사업으로 발주한다는 것. D씨는 “조달청 조달정보개방포털을 보면 사업비를 9천만원 내외로 정해 수의계약을 준 사례가 수두룩하다”며 “이미 업계에선 어느 시 매몰지는 ㄱ업체, 어느 시 매몰지는 ㄴ업체가 전담해 처리한다는 것이 룰처럼 통용돼 있다”고 전했다.
살처분 및 매몰지 복원 업체들 사이에서 공무원과 업체 간 ‘검은 유착’이 만연하다는 의혹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살처분 작업 특성상 사업이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체결되고, 업체 수가 적어 문제 제기 시 업계에서 매장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곪을 대로 곪아버린 현실에 환멸을 느낀 업체들의 울분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는 경기도와 수사당국이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산단체와 환경단체 역시 검은 유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우려하며 의견을 더했다.
최영길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은 “살처분 작업은 신속 정확하게 이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같은 조건으로 작업한다면 거리상 가까운 경기지역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농민 입장에서 살처분 관련 업체가 광역 시ㆍ도를 넘나들며 이동하는 것도 가축전염병 확산 방지 차원에서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며 “가장 먼저 살처분해야 할 것은 가축이 아닌 사회를 좀먹는 비리와 공직사회의 병든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반 = 이호준·송우일·채태병·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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