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낮은 식품업종 창업 늘었지만
임대기간·폐업비용 이유 개점휴업 많아
문화·생활업종 밀집시설 가장 큰 타격
골프연습장 작년比 폐업수 500% 증가
‘비대면 시대’ 편승… 창업 풍경도 변화
영상물제작·건강기능식품 업체수 급증
TV홈쇼핑·인터넷 등 활용판매도 활발
전체적으로는 창업이 늘고 폐업이 줄었지만 분야별로 세분화하면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업종은 식품업이다. 올 3~10월까지 전년보다 창업이 늘고 폐업이 확연히 줄었다.
■ 진입장벽 낮은 식품업 창업, 사실은 ‘지위승계’
업종별 감소율을 보면 일반음식점(한식ㆍ일식ㆍ중식 등)은 올해 7천404곳이 폐업해 지난해(8천206) 대비 9.8%가 줄었고, 즉석판매제조가공업(8천887→1만586곳·16.0%↓)도 폐업 업체가 줄었다.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업종의 창업이 늘어나고 폐업이 줄어든 것은 자영업자의 절박한 현실을 드러낸다. 우선 장사가 잘되지 않아 주인만 바뀌는 이른바 ‘지위승계’다. 이런 사정은 연천군에서 잘 알 수 있다. 연천군은 올해 음식업종 창업이 54.3%나 늘어나 도내에서 인허가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에 대해 이승찬 연천군 위생팀장은 “경기가 좋지 않으니 전체 건물 수는 변동 없이 1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업은 하지 않은 채 영업자의 지위만 승계해 인허가 수가 많고, 마치 창업이 활발한 것처럼 나타난 것”이라며 “현재 100곳이 휴업이라면, 200곳은 면허세만 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식품 업종의 전년 대비 창업 증가율은 연천에 이어 의왕(37.6%), 동두천(32.5%), 안성(29.5%), 김포(29.4%), 안산(28.6%) 등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폐업률이 증가한 곳은 김포(14.1%), 시흥(5.2%), 수원(2.7%) 등 3곳이었다.
신기동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기간 만료 이전에 폐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폐업 비용 자체가 부담돼 휴업 상태로 남아있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계약기간 만료 시점에 무더기 폐업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생활·문화업종, 문 닫는 곳 급증… 밀집 시설 타격
노래방, 컴퓨터게임장 등의 밀집시설이 포함된 문화업종과 생활(골프연습장업 등) 업종은 코로나19로 폐업률이 급증했다.
문화 업종은 지난 3~10월 도내에서 모두 1천497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1천295곳)보다 15.6% 늘어난 수치다. 업종별로는 영화제작업(1→5ㆍ400%),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9→18ㆍ100%), 일반게임제공업(47→91 ㆍ93.6%), 노래연습장업(191→288ㆍ50.8%),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PC방, 398→515ㆍ29.4%)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식품업종으로 분류되나, 역시 밀집된 시설로 노래방 등과 성격이 유사한 단란주점(49→78ㆍ59.2%)도 폐업률이 급증했다.
창업은 눈에 띄게 줄었다. 문화 업종은 올해 1천506곳이 문을 열어 전년(1천852곳)보다 18.6% 줄었다.
생활 업종에서는 전년보다 21.4% 늘어난 7천720곳이 장사를 접어야 했다. 업종별로는 골프연습장업(56→336ㆍ500%), 무도학원업(5→16ㆍ220%), 수영장업(4→9ㆍ125%) 등의 순으로 폐업 증가율이 높았다.
■ 코로나19 창업시대 新풍속… ‘비대면’·‘집콕’
코로나19로 창업의 달라진 풍경도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생활 업종의 창업 상승이다. 올해 4만650곳이 문을 열어 전년(2만5천301곳) 보다 61% 창업이 늘었다. 이러한 상승세를 이끈 것은 통신판매업이다. TV홈쇼핑, 인터넷 등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업(2만1천85곳→3만6천736곳)의 창업이 전년 대비 74.2% 증가했다. 코로나19 속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삶의 변화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반면, 골프연습장업(-84.7%), 당구장업(-20%), 이용업(-15.3%) 등의 창업은 전년보다 줄었다.
문화 업종 중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관련 제작물 업체의 창업도 활발했다. 비디오물제작업(110→177곳)과 영화제작업(37→49곳)이 각각 60.9%. 32.4% 새로 문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피해 업종에 대한 더욱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통신판매업이나 비디오물제작업은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소비행태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 쪽으로 창업률이 자연스레 증가했다”며 “새로운 변화로 받아들이는 대신 과도한 창업 등은 유의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피해가 집중된 업계와 기업에 대해 집중으로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금전 지원이 아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늘어난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융자를 정부 보조금으로 전환해주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서 소상공인들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노 연구위원은 “극심한 피해를 겪는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온라인과 거리가 멀어 오프라인 매장에 올인한 사람들”이라며 “정부가 소상공인들이 온라인 상에서 판매를 대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데이터텔링팀=정자연·최현호·이광희·김해령·장희준·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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