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경기] 절박한 자영업자들, 폐업 줄었다고?... 휴업상태로 버틸뿐

3~10월 ‘인허가 데이터’ 분석
작년比 폐업 9.4%↓ 창업 38.5%↑
식품업, 주인만 바뀌며 ‘지위승계’
노래방·영화 등 문화업은 직격탄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날 올 한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내내 이어졌다. 코로나19는 올해 경기도 자영업 시장을 어떻게 할퀴고 갔을까.

본보 데이터텔링팀은 코로나19 이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도내 자영업 지형을 들여다봤다. 행정안전부가 매달 발표하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서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영역으로 꼽히는 ‘식품’과 ‘문화’, ‘생활’ 3개 업종의 도내 인허가 날짜(창업)와 폐업 일자, 시군별 업종 등을 살펴봤다.

경기가 어려우니 얼핏 폐업이 늘고 창업은 줄었을 것이라는 예상은 실상과 달랐다.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창업은 늘고, 폐업은 감소했다. 올해 3~10월까지 식품, 문화, 생활 업종의 총 폐업 업체 수는 모두 3만5천137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9.4%(3천636곳)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새로 문을 연 곳은 모두 6만6천300곳으로 지난해보다 38.5%(1만8천424곳) 늘어났다.

특히 식품업의 창업이 늘고 폐업이 확연히 줄면서, 전체적인 창ㆍ폐업률 통계를 이끌었다.

이 기간 12개 식품 업종(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등)은 모두 2만4천144곳이 인허가(창업)를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723곳)보다 3천421곳(16.5%) 늘었다. 폐업은 줄었다. 올해 3~10월 문을 닫은 업체는 2만5천920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1천121곳) 대비 16.7% 감소했다.

문화업종과 생활(골프연습장업 등) 업종은 코로나19로 폐업률이 확연히 높아졌다.

노래방과 영화, 공연, 게임 등을 포함한 문화 업종은 지난 3~10월 도내에서 모두 1천497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1천295곳)보다 15.6% 늘었다. 생활 업종에서는 전년보다 21.4% 늘어난 7천720곳이 장사를 접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업종별로 다르게 분석해야 하지만, 전반적으로 창업이 늘고 폐업이 줄어든 현상은 위축된 경기와 자영업자의 위기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장사가 안돼 계약 만료 전에 영업을 포기하고 다른 이에게 면허권을 넘기는 빈번한 ‘지위 승계’와 취업 등 마땅한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영업 시장에 몰리는 현상 등이 창업 증가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반면 대안이 없어 버티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폐업률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확히 말하자면 폐업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폐업조차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텔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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