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 7월 첫주 토요일인 지난 4일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수락산 계곡을 찾았다.
이곳은 남양주시 하천 정비 사업(정원화 사업)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지난 1일 전국 최초로 개장한 곳이다. 시는 이곳에 해변처럼 모래사장을 조성하고 ‘청학 비치’라 명명했다.
깔끔하게 정비된 모습이 보기가 좋았고 방문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하지만 문제점도 여럿 눈에 띄였다.
오후 2시께 어렵게 주차를 하고 계곡으로 들어서자 그야말로 인산인해의 광경이 펼쳐졌다. 수많은 방문객들이 물가 주변에 그늘막과 돗자리를 깔고 앉아 시민공원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계곡을 즐기고 있었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이곳은 소위 닭백숙 음식점, 계곡 수영장, 물가 평상과 좌대 등 불법시설물들로 가득 들어찬 곳이었다.
지난해 남양주시는 이곳을 포함한 4개 하천과 계곡에 82개 업소가 설치한 불법 시설물 1105개와 2260t의 폐기물을 철거한 바 있다. 공공재인 계곡과 하천을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로 이번에 개장한 ‘청학 비치’가 그 첫번째 사례가 됐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반응은 아주 긍정적이다.
몇해 전 이곳을 온 적이 있었다는 방문객 A씨는 “예전에 왔을 때는 각종 불법시설물로 계곡은 지저분했고, 자릿세도 부담이 됐다. 정말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면서 “새로 정비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와 함께 찾았는데 이렇게 자연친화적으로 깨끗하게 정비된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시민 공원으로 깨끗하게 탈바꿈한 모습에 걸맞게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돋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으나 질서 정연하게 자리를 잡았고, 음식을 조리하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 노원구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B씨는 “이곳 개장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했는데 취사나 야영은 안 되고 조리된 음식만 가져올 수 있다고 들었다”며 “남양주시에서 제반 사항에 대해 홍보를 잘 한 것 같고, 깔끔해진 장소라 사람들이 더 주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양주시 평내동 주민인 B씨는 “시민들의 생활과 여가와 밀접한 사업이라 마음에 더 와닿는다”며 “시뿐 아니라 경기도 전체가 하천 및 계곡 정비사업에 나선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고 웃었다.
그러나 눈에 거슬리는 문제점도 여럿 노출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안전 문제다. 공원 곳곳에서 불안해 보이는 장소나 시설이 발견됐다. 아직 정비가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는지 계곡 아래쪽과 주차장 쪽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계곡과 휴식처 사이나 주차장 옆에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도 있었고,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경사가 급해 보였다. 방문객들이 많이 자리잡은 산비탈 옆에도 별도의 안전 시설은 없었다.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진다면 토사가 밀려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외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밀집돼 있고 마스크를 쓴 사람이 적은 것도 우려스러웠다. 방문객들 역시 더 완벽하고 철저하게 안전문제를 점검해주길 바랐다.
별내동에 사는 동생과 같이 왔다는 서울시 강남구 주민 C씨는 “계곡 바위에 불법시설물 연결 나사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게 보여 아이들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정비가 100% 완료되지 않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주차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주말에 몰린 사람들로 땅이 보이는 장소는 모두 주차장이 됐다. 출입구 쪽 도로 양옆으로 차들이 점령해 오가기 불편할 뿐아니라 위험하기도 했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 부족도 방문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양주시 삼숭동에서 왔다는 D씨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 수에 비해 화장실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다고 말했다.
철저한 공원 관리도 아쉽다는 평가다. 별내동에 사는 E 씨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물이 안 나와 곤란했고 주차할 때도 관리인이 없어 힘들었다”면서 “사람들이 몰리는 시기에는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안전과 환경 관리를 위해 4명이 상시 배치돼 있다고 밝혔지만 취재하는 동안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남양주시 평내동 주민 B씨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완벽하게 준비해서 개장했다기보단 여름철 시기에 맞춰 급하게 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계곡이나 하천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좋은 취지의 사업인 만큼 좀 더 꼼꼼하게 정비하고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양주=심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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