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예술가는 사회적 순기능 역할해야”…<한복을 담은 실크 에코백 프로젝트> 선보인 김민혜 시각예술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많다고 생각해요. <한복을 담은 실크 에코백 프로젝트>는 한국의 멋을 알릴 뿐만 아니라 위축된 한복 기술자들,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 등 동시대의 다양한 문제의식을 담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전통시장으로 불리는 광장시장은 한복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대량화된 생산 시스템으로 한복 작업자들 사이에선 ‘사양산업’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이런 절망 속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각예술가 김민혜 씨(33)가 이달 초부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https://www.tumblbug.com/color_by_7f)’에 <한복을 담은 실크 에코백 프로젝트>를 선보이면서다.

그동안 ‘기록되지 못한 주변인’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 온 김 작가는 을지로 동양화 클래스 공간_칠(漆, seven7)을 운영하며 광장시장 규방노동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한복 소비가 침체하자 기술자들이 평생 소신으로 일해 오던 자리를 빼서 나가시더라고요. 안타까워서 기록으로 남기고, 크라운드펀딩을 통해 알려 일감을 드리자고 마음먹었어요.”

5명의 한복장이들은 고운 한복의 빛깔을 가방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김 작가는 한복 규방 노동자들의 직업의식과 수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규방 노동자들은 한복을 짓듯 에코백을 지었다. 윤기나는 명주 비단에 호랑이와 꿩을 하나씩 수놓았다.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스물두 가지 색감도 들어간다. 한복에서나 볼 수 있는 예술작품과 혼을 듬뿍 담았다. 김 작가는 “단가를 낮추려면 컴퓨터 자수나, 일반 바느질로 모든 공정을 마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대사의 한 축을 차지하는 규방 노동자들이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 모진 가격 경쟁 풍파를 겪으며 힘들게 일하는 장면을 기록하고, 그들의 장인정신을 구현해내는 게 가치 있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가치소비에 눈 뜬 소비자들이 즉각 반응을 보였다. 한복을 담은 실크 에코백을 텀블벅에 올리자 주문이 밀려들어 왔다. 민화에서 모티브를 잡은 작가의 ‘호랭이’와 기품 있는 스물두 가지 비단 색깔은 SNS에서 공유됐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파리, 상하이, 홍콩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작가는 “이 상생 프로젝트가 ‘지역사회와 원주민’을 되살리는 가치를 지니려면, 상품의 제작 과정과 인터뷰를 담은 아카이빙 작품들이 함께 전시돼야 한다”며 “미술품 전시를 열어 펀딩 이후에도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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