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바다에 대한 또 다른 단상’ 박신혜 작가

“이전 작품과 다른 ‘새로운 바다’ 담았어요”
정신적 공간의 바다, 인간 뇌와 닮아… 다양한 이야기 가능
‘바다는 푸르다’ 고정관념도 가치 있어… 푸른색 많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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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는 동해와는 다른 매력을 지녔다. 동해처럼 거친 파도가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더 강한 변화를 일으킨다. 썰물과 밀물이 가능한 이유는 서해가 가지고 있는 내적 힘이다. 그야말로 외유내강이다. 안산 출신으로 바다를 주로 그려온 박신혜 작가는 서해와 꼭 닮았다.

박 작가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10년간 독일에서 유학했다. 귀국한 후 ‘인맥’이 중요한 한국사회에 부딪히며 좌절도 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고 꾸준히 긴 시간 작품으로 자신을 보여줬다. 국내 뿐만 아니라 독일, 스페인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박 작가가 안산문화원에서 오는 3일까지 열아홉번째 개인전<바다에 대한 또 다른 단상>을 연다. ‘2018 안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 공모사업’을 통해서다. 박 작가는 “2016년 오스트리아 작가들과 작업하며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며 바다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해봤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지만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에 매력을 느낀다. 그는 “독일에 살다가 한국에 와서 자연을 마음대로 하는 광경에 놀랐다”며 “있는 그대로의 바다는 자연 그대로 이퀼리브리엄(평형)을 유지한다. 서해에서 밀려왔다 가는 순환은 귀한 거다”고 설명했다.

 

바다 본연의 움직임을 그리기 위해 10년간 작업했다. 하지만 바다를 그릴 수록 ‘인위가 없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담는 것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박 작가는 “깊은 고민을 하다가 좀더 단편적인 생각을 해보려 시도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전에 선보였던 작품과 다른 시도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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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는 남자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 등장한다. 웅크린 자세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상징이다. 박 작가는 “정신적 공간으로서 바다를 생각하다 보니 ‘뇌’를 떠올렸고, 웅크린 자세는 뇌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서 있다든지 앞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작들보다 푸른 색감이 드러나는 것도 특징이다. 그는 “물은 주변을 읽는 색깔이라 생각해 바다가 고정적인 파란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모두가 이야기하는 ‘바다는 푸르다’라는 생각도 값어치가 있을 거라 생각해 푸른색을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국내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관람객에게 친절하려 노력해왔다. 이번에도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카달로그에 작업에 대한 설명을 쉽게 풀어냈다. 박 작가는 “바다의 근본에 대해 이야기해왔다”며 “지난 개인전은 슬로우푸드처럼 천천히 생각해야 했는데 이번엔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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