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 장용휘

“처참했던 고구려의 멸망… 해학·풍자로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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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무예단원이 함께 있는 공연단은 제가 알기로 세계에서도 유일하죠. 무예와 연기가 함께하는 것이 공연단이 살 길이에요.”

 

장용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이 단호히 말했다.

수원시립공연단은 오는 30일 정기공연 <고구려 묵시록>을 수원SK아트리움에서 선보인다. 지난해 뮤지컬 <정조>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기공연에서도 배우와 무예24기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장 감독은 “수원시립공연단 배우는 무예 덕에 한층 더 스펙타클 해진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고, 무예단원은 정기공연에서 연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다른 장르의 단원들이 맞춰가는 과정에서 잠시 혼란스러울 수는 있어도 그 결과물은 세계적인 상품이 된다”고 강조했다.

 

고전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주로 보여준 공연단은 이번에도 역사를 이야기한다. 신작 <고구려 묵시록>은 고구려가 멸망해가는 과정 속 연개소문 사후 삼형제 이야기를 그렸다. 종교에서 쓰는 용어인 ‘묵시록’을 붙인 제목이 독특하다.

 

장 감독은 “난리부르스라는 뜻으로 ‘고구려 부르스’를 제목으로 하려다 가벼운 느낌이 들어 지금 제목으로 확정했다”며 “연개소문 삼형제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 지금까지 별로 없어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작품을 연출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수원이 효의 도시인만큼 뮤지컬<바리>에는 효와 함께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고, <정조>에는 정조의 개혁정신과 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장 감독은 이번 작품과 관련해서는 “고구려와 연개소문 삼형제의 역사가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화려했던 고구려 전성기 이후 처절한 멸망 과정을 해학과 풍자로 승화시켜 그려냈다”고 밝혔다.

 

이어 장 감독은 <고구려 묵시록>이 굉장히 ‘연극적’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선과 긴장감이 작품에 깔려 있어 연극적이고, 무예단이 함께 해 스펙타클한 볼거리도 충분하다”며 “삼형제 중 둘째인 남건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관객이 그를 악역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연민을 느낄 수 있게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내 흥미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는 배우 한인수와 이찬우, 이미숙 등이 캐스팅돼 기대를 모았다. 일부 무예24기 단원은 연기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15년 취임 당시 수원시립공연단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던 장 감독은 2년 반 동안 <정조> <바리> <그 여자의 소설> 등을 수원시민에게 보여주며 당초 목표보다 더 높은 성취를 해냈다.

 

“여러 장르를 시도해봤는데 시민들이 전부 좋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믿고 보는 수원시립공연단이라는 평가도 들어 보람 있었고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도 계속 이어가면서 향후 세계시장을 겨냥한 상품도 고민 중입니다. 전국 뿐만 아니라 세계에 공연단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꿈입니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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