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년대 가요 편곡 힘들었지만 결과는 만족”
오는 18일 오후4시 구리아트홀에서 펼쳐지는 극<시대는 서커스의 코끼리를 타고>에서 그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국에 대한 동경과 반발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 극이다. 극공작소 마방진과 재일교포 연출가인 김수진의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의 합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민영치가 음악을 맡아 UNDER PRESSURE팀이 라이브 연주를 진행한다.
그는 “김수진 연출은 같은 재일동포이고 어릴 때부터 존경했던 선배라 협연을 바로 수락했다”며 “호흡이 잘 맞기도 하고, 김 연출로부터 작품을 자세하고 세밀하게 만드는 창작과정을 다시 배운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일본 문화계에 실험적인 활동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친 원작자 테라야마 슈지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민영치는 “보통 슈지는 알기 쉬운 연극을 하는데 <시대는 서커스의 코끼리를 타고>는 그렇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얼마전 끝난 대학로 공연을 본 관객들이 ‘너무 재밌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김수진 연출과 마방진 배우들이 힘을 합친 결과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영치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극에서 국악 라이브를 들은 관객의 호평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슈지의 원본에는 노래가 없지만 김수진 연출은 노래를 상당수 사용한다고. 시나리오나 다른 무대 연출 등을 고려해야 해 음악을 맡은 민영치의 고민이 컸다. ‘행복의 나라로’, ‘에레나가 된 순이’, ‘나성에 가면’, ‘San Francisco’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곡과 자작곡 두 곡을 골랐다.
그는 “1950~1960년대 가요라 음원도 없고, 구해도 음질이 좋지 않아 편곡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지만 해냈다”며 “내가 작곡한 두 곡을 끝에 넣었는데 모두 놀랄 정도로 분위기가 잘 맞았다”고 말했다. 배우와 함께 즉흥으로 연주하는 한 장면도 연출했다. 즉흥 연주 씬은 그날그날 감정에 따라 표현하기 때문에 매공연마다 다르게 연주해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그는 음악을 담당하며 느낀 보람에 대해 전했다.
“작품이 다소 어두운 이야기를 그렸지만 관객들이 밝게 자리를 나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만들 수 있어 음악 담당자로서 기뻤습니다.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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