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간 맥을 이어온 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가 사멸될 위기에 처했다. 우리 전통 문화의 정수를 이어가는 기·예능 보유자들이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기·예능 관련 업종이 생계를 유지할 만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들에겐 ‘인기 없고 힘든 일’로 인식돼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회적 무관심속에 당국의 지원도 미흡하다.
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는 ‘강화 외포리 곶 창 굿’ 등 25종으로 1988년 이후 29명의 기·예능 보유자 선정됐고, 23명의 전수교육 조교와 전수 장학생 등 100명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기·예능 보유자들이 운영하는 관련 사업장 대부분이 소규모여서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이들의 후계자 양성은 의지만 앞설 뿐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인간문화재’라고 부르는 기·예능 보유자가 인천시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월 20~100만원이다. 시 주최 교육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 수강생 1인당 기·예능 보유자에겐 8천원의 교육비가 별도 지급된다. 기·예능 보유자들이 자신들의 생계비 마련도 어려운 터에 기·예능을 전승할 훈련생들에게 봉급을 준다는 건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계자 없이 기·예능 보유자가 사망하면 전통 기·예능은 맥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 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13호인 ‘자수장’과 제18호 ‘서곶들노래’ 등은 기·예능 보유자 없이 전수교육 조교와 전수 장학생만 등재돼 사실상 껍데기 무형문화재로 이름만 남아 있을 뿐이다. 어느 종목은 전승 희망자가 없다는 이유로 무형문화재 심사위원회가 실시하는 전수교육 조교 시험에서 떨어진 무자격자를 조교로 임명한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종목은 젊은 전승 희망자들이 없어 지난해 신규로 선발한 전수 장학생 4명 모두가 70세 이상 고령자들이다. 전수 장학생으로 입문해 기·예능 보유자가 되려면 최소한 7~10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무형문화재 전승 사업이 제대로 될지 의심스럽다.
문화란 다른 분야와 달리 한 번 끊기면 쉽게 복원할 수 없고, 설사 복원한다 해도 그 속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문화는 한 나라의 국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때문에 전통 기·예능을 전수 전승할 기·예능 보유자와 그 후계자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도 풍요로운 선진 세계로 한 발 더 나갈 수 있다. 무형문화재의 맥을 잇기 위한 당국의 지속적인 지원은 물론, 지역 내 유수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조상들이 남긴 귀중한 무형문화재를 전승 발전시키는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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