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물결 거리마다 활기

[특별기획①] 한ㆍ베 수교 20주년 베트남 들여다보기

지난 10월 25일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기자는 1950~60년대 중반의 사이공을 무대로 펼쳐진 베트남 학생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하얀 아오자이(응웽반봉作)’의 페이지를 넘겼다.

우리나라 ‘80년의 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면이 그려진다. 비행기에서 내려 마주한 현재의 베트남 역시, 크게 낯설지 않다. 자유와 개발의 물결이 한창이던 한국의 70~80년대와 흡사하다는 중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일보 후원으로 한-베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조수미 초청 우호 콘서트 현장 안팎에서 들여다 본 베트남 특유의 문화를 소개, 진정한 양국 소통과 교류의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본다.

거리풍경, 타임머신 타고 40여년 전 한국으로 되돌아간 듯

신화가 된 호치민의 염원, 민족의 독립과 단결

베트남의 공식 국가명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Socialist Republic of Vietnam)’. 세계에서 찾기 어려운 사회주의공화국으로 수 백 년의 중국 지배, 100년간의 프랑스 식민지, 5년간 일본의 강점, 20년간 미국과의 전쟁 등 끝없는 외세 침략에서도 스스로를 지켜온 나라다.

이 굴곡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베트남 독립을 이끈 지도자 호치민(1890.5.19~1969.9.3)이다.

권력을 통해 어떠한 부귀영화도 누리지 않았던 지도자의 위대한 숨결은 베트남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호치민의 묘와 바로 앞 바딘광장이다. ‘내가 죽은 후에 웅장한 장례식으로 인민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내 시신은 화장해 달라’는 호치민의 간절한 유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영원한 신화로 모시고 있다.

호치민이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바딘광장 역시 삼엄한 경계 속에 현지인과 외국인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광장 한 가운데에선 베트남의 국기 ‘금성홍기’가 휘날린다. 붉은색은 혁명의 피를, 노란별은 민족의 단결을 의미한다. 바딘 광장을 둘러싼 공기관의 건물색이 대부분 노란색인 이유다.

광장 주변으로는 호치민 박물관과 한기둥 사원(국보 제1호)도 있다. 한기둥 사원은 1049년에 정사각형 연못 위에 기둥 하나로 지은 것으로, ‘아들을 점지해주는’ 사찰로 유명해 현지인이 기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얼굴, 소수민족 ‘므엉족’

하노이에서 2시간여 달려 도착한 화빈의 므엉족 마을 입구. 버스가 멈추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린 여자 아이들이 달려와 “마이 홈”만 외친다. 뒤따라 맨발로 뛰어나온 아이들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함께 말을 보탠다.

급격한 개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므엉족의 경우 1.5%로 민족국가를 이루지 못한 채 산간지역에서 전통적인 생활상을 이어가고 있다.

땅에서 한 층 높이의 기둥 위에 원룸 형태의 나무집을 짓고 사는 이들은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또 다른 수입원으로 일종의 ‘관광 입장료’를 받고 있다.

손님을 유혹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서는 전통술인 바나나발효주나 녹차 등을 주고 집 구경 대가로 한 사람당 1달러를 받는다.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며 추가 수입을 얻기도 한다.

베트남 도심에서는 대부분 따라 부르던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아직 파고들지 못했다. 방과 후 곧장 집으로 돌아와 경제활동을 치열하게 벌이는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한국노래를 틀어주자 눈을 뗄 줄 모른다.

집을 나서는 관광객을 향해 어린 여자아이들이 울먹이거나 ‘1달러’나 ‘천원’을 더 달라며 쫓아오는 모습에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미군을 향해 “기브 미 초콜렛!”을 외쳤던 우리나라 과거의 한 페이지가 겹친다.

놓칠 수 없는 명물…시클로

베트남에서 놓칠 수 없는, 아니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과 의자가 앞에 달린 자전거 형태의 교통수단 ‘시클로’다.

성인이 되면 가장 갖고 싶은 것이 오토바이일 정도로 대부분의 직장인이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 역주행은 기본이요, 신호 없이 그네들끼리 눈치껏 방향 전환하고 아슬아슬하게 자동차 옆을 지나치는 등 도로 위 진풍경은 아연실색할 정도다.

지붕 없는 교통수단인 만큼 우비도 발전했나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커플 우비부터 다양한 기업 홍보 문구가 들어간 것까지 각양각색이다.  

여기에 전통 수상인형극을 공연하는 공연장도 한번 쯤 들려볼만하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전용극장이 매일 베트남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의 인형극을 공연한다.

사람들의 허리 위까지 채운 물 위에서 인형이 움직인다. 무대 막 뒤의 배우들이 대나무와 실로 연결한 인형을 조정하는 것이다. 무대 옆에는 전통 악기로 음악을 연주한다.

공연의 질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베트남 문화를 익히는 차원에선 볼만하다.

글 _ 베트남 하노이ㆍ류설아 기자 rsa119@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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