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업박물관 소장 앙부일구 비롯 다양한 해시계 12점 하늘의 시간을 읽기 위한 동서양의 ‘혼개통헌의’, ‘아스트롤라베’ 등의 천문 도구도 전시 앙부일구 속 사라지지 않은 우리의 시간
1434년 세종 16년, 한양의 중심가인 종묘에 웬 가마솥이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장영실, 이천, 김조 등이 제작한 해시계 앙부일구. 가마솥처럼 오목한 모양으로 ‘하늘을 우러러보는 솥’이란 뜻의 이름을 지녔다. 백성들이 쉽게 시간을 알 수 있도록 길가에 설치됐고, 그림자를 통해 시각과 절기를 알 수 있었다. 농경 사회 중심이었던 우리 선조들은 앙부일구로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읽어내며 풍요를 담아냈다.
앙부일구를 통해 선조들의 철학적 지혜와 우리 농업에 끼친 영향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농업박물관(수원시 권선구 수인로 154)이 지난달 13일부터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는 ‘앙부일구, 풍요를 담는 그릇’이다.
전시에선 국립농업박물관의 소장품으로 국가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사전 준비 중인 ‘앙부일구’는 물론 다양한 형태의 해시계 12점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미디어아트를 통해 앙부일구가 담고 있는 시간과 계절에 해당하는 농사의 흐름을 생생하게 접하게 된다. 하늘의 시간을 읽기 위한 동양과 서양의 ‘혼개통헌의’, ‘아스트롤라베’ 등의 천문 도구도 전시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프롤로그’에서 벽면 영상을 통해 하늘에 떠 있는 많은 별들을 마주하게 된다. 관람객과 상호작용 하도록 제작된 인터렉티브 미디어 영상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비추고 있음을 경험하도록 한다.
1부 ‘하늘을 바라보다’는 우리 선조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풍년을 기원하고, 국가의 운명을 점치기 위해 하늘의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하던 과정을 다룬다. 이곳에선 충청북도 청원군 아득이 마을에서 발견된 ‘아득이 별자리 석판’, ‘덕화리 1호분 천장 벽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통해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 선조들이 오랜 시간 하늘을 바라보며 관찰하고 기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며 사용한 깃발 ‘농기’에 그려져 있는 용과 검은 구름을 통해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한 내용을 보게 된다.
2부 ‘하늘에 물어보다’는 하늘을 관찰하며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읽고 농사 시기를 가늠해 온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보여준다. 푸른 하늘의 색으로 연출된 공간은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는 정오 무렵의 앙부일구가 가장 정확하게 기능하는 시간대를 상징한다.
3부 ‘하늘을 읽다’에서는 태양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세운 고유한 시간과 24절기에 따른 다양한 농사 유물을 소개한다. 특히 ‘경국대전’과 ‘대전통편’을 통해 오늘날 기상청과 천문연구원의 업무를 맡았던 조선시대 관상감의 역할과 중국과 서양 세계의 역법을 참고해 조선의 실정에 맞는 역법으로 수정하고 보완한 ‘칠정산 내외편’을 살펴볼 수 있다.
오경태 국립농업박물관장은 “우리 선조들은 하늘을 보고 읽으면서, 앙부일구를 만들고 그 안에 사라지지 않은 우리의 시간을 담게 됐다”며 “농업의 역사 속 과학기술 발전이 끼친 영향과 그 가치를 알아보고 미래 산업으로서 농업의 역할을 알아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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