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유물 107개, 뿔뿔이 흩어져…'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 목소리 커져

유물 담을 전시공간 없어… 분산 보관
고려사 정체성·역사적 위상 되살려야

인천 강화군이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 필요성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강화군 제공
인천 강화군이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 필요성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강화군 제공

 

인천 강화지역에서 고려시대 수도 당시 쓰인 100개 이상의 각종 유물이 나왔지만, 정작 이 유물이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안팎에선 이 같은 강화 출토 고려 유물을 보관·전시할 전용 공간과 함께 교육·연구 등을 위한 국립 강화고려박물관 건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2일 국립중앙박물관 등 전국 국립박물관의 소장품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강화 출토 고려 유물은 지난 6월 기준 총 107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 유물들은 현재 서울·충남·전북 등 전국 각지 박물관에 분산 보관 중이다. 강화에서 발굴이 이뤄졌는데도 이를 체계적으로 전시할 전담 공간이 없다 보니 전국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셈이다.

 

특히 이들 강화 출토 고려 유물 중 청자 참외모양 병,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청자 동화연화문 표주박모양 주전자, 귀면 청동로, 청자 음각 연화문 유개매병 등 국보급 유물만도 48개에 이른다. 이들은 고려시대 수도 39년의 역사에서 왕궁이나 절 등에서 사용하던 유물이다.

 

여기에 현재 강화에는 고려시대 관련 지정문화유산 65개도 있다. 옛 고려시대 궁궐을 비롯해 성곽이나 관청, 그리고 묘·사찰 등 고려시대의 정치·종교·건축 유산이다. 희종의 석릉, 고종의 홍릉을 비롯해 고려궁지, 강화산성, 선원사지 등 핵심 유적이 모여 있다.

 

이처럼 강화는 ‘지붕없는 박물관’답게 고려 유물 및 유적이 많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전시·보관하거나 고려사(史) 교육·연구를 위한 별도의 박물관은 없다. 현재 국내에는 신라(국립경주박물관)·백제(국립공주·부여박물관)·가야(국립김해박물과) 등의 전문 국립박물관만 있다.

 

이날 국민의힘 배준영 국회의원(중·강화·옹진)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 필요성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강화출토 유물의 전시·보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형우 인천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는 “고려는 조선과 더불어 우리 역사에서 가장 긴 왕조임에도, 전담 전시공간이 없어 국민들의 고려사 이해가 단편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화는 39년 간 고려의 수도이자 고려 도성의 실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일한 현장”이라며 “고려사의 재조명과 균형잡힌 역사 인식, 강화의 정체성 복원을 위한 국가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배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강화는 고려의 2번째 수도이자, 40년 가까이 자주 국가 고려의 자존심을 지킨 역사적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려 왕실 유물과 도성 유적이 남아있는 강화에 국립박물관이 없는 현실은 국가 정체성과 문화균형 측면에서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토론회가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을 위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전국 옛 수도에는 모두 국립박물관이 있다”며 “하지만 옛 고려시대의 수도인 강화에 ‘고려시대 500년’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 강화 고려박물관 건립 실현을 위해 인천시, 지역 정치권과 함께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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