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뢰 위에 피어날 ‘가슴 뛰는 자원회수시설’을 꿈꾼다

권혁주 수원특례시 환경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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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는 대로 믿기 힘든 세상이다. 잘 믿으면 순진하다는 핀잔을 듣고 의심하고 따져야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 듣지 않으니 불신의 시대라는 냉소도 지나치지 않은 듯싶다. 그저 믿는 게 더 이상 미덕은 아닌가 보다.

 

행정기관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지 않다. 관에서 하는 얘기라며 일단 믿어주던 것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다. 누굴 탓하랴. 공공을 향한 쥐꼬리만 한 신뢰마저 시나브로 사그라뜨린 건 공공 자신일 터. 필자 역시 30년 공복으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수원시 자원회수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25년 전 영통에 세워진 것을 없애고 자리를 옮겨 새로 짓는 일이다. 동네 어귀에 쓰레기 소각장을 품고 오랜 세월 살아온 주민들의 숙원이자 수원시 환경 책임자로서 핵심 과업이다.

 

쉽지 않다. 4천억원이 드는 대사업이다. 여건에 따라 더 많은 예산을 쏟아야 할지 모른다. 주민 동의, 부처 협의, 첩첩한 행정 절차에 공사까지, 착착 진행돼도 얼마나 걸릴지 예단하기 어렵다.

 

가장 큰 난관은 5만4천㎡ 이상으로 예상되는 부지 확보다. 행궁 광장의 4배다. 삶터가 오밀조밀한 대도시에 그만한 땅이 뚝딱 생기겠나. 주거지와 까마득히 멀어야 한다는 꼬리표마저 달고 나면 적정 부지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023년부터 후보지를 세 차례 공개 모집했으나 관심 두는 이는 없었다. 사람 사는 곳에 쓰레기는 필연일지언정 ‘내 집 앞 소각장’은 반길 리 없으니 예견된 결과다.

 

문제의 본질은 따로 존재한다. 불신이다. 쓰레기를 연료로 열·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뜻에서 자원회수시설이라 이름 붙인 지 사반세기이건만 대다수에겐 여전히 소각장일 뿐이다. 굴뚝 연기가 수증기라 해도, 다이옥신이 기준치 80분의 1에 불과하다 해도, 배출 성분을 낱낱이 공개해도 의심의 눈초리는 가실 줄 모른다.

 

켜켜이 쌓여온 불신, 그로부터 비롯된 무조건적 반대를 일거에 해소할 묘안은 없다. 발에 땀이 나도록 시민들을 찾아뵙고 차원이 다른 자원회수시설의 진면목으로 한 줌 한 줌 신뢰를 쌓아가는 수밖에.

 

새로운 땅에 피어날 수원시자원회수시설의 청사진은 ‘환영받는 시설’이다. 처리 설비를 지하로 감쪽같이 내려 오염 관리에 한 치의 빈틈도 불허하고, 그 위는 언제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채울 계획이다. 우뚝 솟은 굴뚝도 차 향기 그윽한 하늘마루 전망대가 돼 흉물에서 명물로 탈바꿈할 것이다.

 

땅속 자원회수시설 위에 무엇을 담을지 상상할 때면 가슴이 뛰곤 한다. 숲과 정원이 마음까지 어루만질 힐링 쉼터라면. 수영장·체육관·온실정원·공연장·전시관이 어우러진 문화체육복합공간도 매력적이다. 온 가족의 행복 발원지가 될 수원시 유일의 테마·워터파크는 또 어떤가.

 

결정은 시민의 몫이다. 찾아가는 설명회, 토론회, 새빛톡톡·SNS 설문과 아이디어 공모까지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새겨들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세상이 부러워할 랜드마크를 완성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수원이 만들면 표준이 된다’는 말은 시민과 공직자 모두의 자부심이다.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은 기피시설을 선호시설로 바꾸는 전환점이자 같은 어려움을 겪는 타 지역에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 나아가 얼기설기 휘감긴 우려와 갈등, 끝 모를 불신까지 마침표를 찍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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