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무릅쓰고 소화기로 불 끈 시민 등…침착하고 빠른 대처로 참사 면해
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당시의 아찔한 순간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서울 남부지검은 25일 방화범 원모(67)씨가 지하철 5호선에서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뻔 했던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온한 지하철 모습이다.
하지만, 흰색 모자를 눌러쓴 원씨는 오전 8시42분쯤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 방향으로 달리던 열차 4번째 칸에서 페트병을 꺼내 휘발유를 두 차례에 걸쳐 바닥에 뿌렸다.
이를 보고 놀란 시민들은 서로 부딪치며 옆칸으로 즉각 대피하기 시작했다.
대피하던 임신부는 휘발유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신발도 벗겨졌지만, 신을 새도 없이 기어서 겨우 도망쳤다. 방화범이 라이터로 휘발유에 불을 붙이기 바로 2-3초전이였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시간은 20초에 불과했다. 불길은 삽시간에 번져 4번 칸을 집어 삼켰고, 임신부가 조금만 늦게 도망쳤어도 불이 몸에 붙을 수 있었던 상황이다.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열차 내부를 채웠고, 옆 칸으로 대피한 승객들은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렸다.
일부승객들은 비상 핸들을 작동시켜 열차를 비상 정차시킨 후 출입문을 열어 유독가스를 외부로 배출했다.
기관사도 승객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대피로 안내 했다. 열차를 빠져나온 승객들은 지하터널을 걸어 나와 목숨을 건지게 됐다.
일부 시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4번 칸에 뛰어 들어가 소화기로 불을 껐고, 몸이 불편한 노약자를 부축하거나 업어서 대피를 돕는 등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더 큰 화를 막았다.
또, 출퇴근하던 서울청 8기동단 전성환·신동석 순경, 서울청 과학수사과 이주용 경위, 종로서 정재도 경감 등 4명은 방화범 검거에 일조했다.
검찰은 "화재 재연 실험 결과 급격하게 화염이 확산하는 휘발유 연소 특성상 승객 대피가 늦었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방화범 원모씨를 살인미수와 현존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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