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메타버스·AI 결합 ‘차세대 인터페이스’

애플·메타·구글 ‘중첩형 인터페이스’ 선봬
현실·디지털 경계 허물고 정보 전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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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 랩 소장·영상원 교수

애플은 6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리퀴드 글라스(Liquid Glass)’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기존 스마트폰 화면이 하나의 판 위에 정보를 보여줬다면 이제는 여러 겹의 투명한 유리창이 겹치듯 정보를 전달한다. 사진첩을 보다가 알림이 떠도 알림창이 반투명하게 처리돼 뒤의 사진을 계속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발표 직후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진 애플이 한가하게 예쁜 디자인에나 신경 쓴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이 기술의 함의를 놓치고 있다. 애플의 증강현실 기기인 비전 프로(Vision Pro)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 투명 인터페이스는 단순히 화면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 화제를 모은 스타트업 ‘클루리’의 데모 영상에도 이 투명 인터페이스가 등장한다. 영상 속에서 연애 경험이 없는 학생은 데이트 상대 앞에 앉아 눈앞의 투명한 정보창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AI 연애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클루리의 창업자 로이 리는 도발적인 인물이다. 그는 AI를 이용해 빅테크 기업들의 면접을 통과하는 과정을 공개했다가 컬럼비아대에서 퇴학당했지만 이후 오히려 수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모든 것을 커닝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회사를 차렸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모든 정보를 AI가 가지고 있는데 굳이 그것을 암기하고 평가하는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인류는 AI라는 ‘치트키’의 도움을 받아 일상을 살아가야 할 것이고 이 치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술이 주변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 세계와 디지털 정보가 겹치는 중첩형 투명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 세계 위에 디지털 정보를 덧입히는 방식은 이미 자동차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을 통해 대중에게도 낯설지 않은 기술이다. 하지만 이 콘셉트가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는 투명 디스플레이 위에 펼쳐지는 것이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맥락을 파악해 전달되는 AI 정보, 즉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지능(Ambient AI)’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철학자 마크 와이저는 “가장 심오한 기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지는 기술”이라고 했다. 이 개념에 맞춰 애플의 투명 인터페이스, 그리고 메타와 구글이 선보이는 스마트 글라스는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를 지우며 ‘보이지 않는 지능’의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16년 증강현실이 “10년 후의 기술”이라고 예측했다. 그 10년이 돼가는 지금, 인공지능과 결합한 증강현실은 단순히 스크린을 눈앞으로 옮기는 것을 넘어 세상 전체를 화면으로 바꿔 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벗어나 시야 위에 중첩되는 현실 세계의 정보를 실시간 맞춤형으로 볼 수 있다. 풍속과 심박수 등을 고려한 최고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달리기를 할 수 있고 안경 위에 뜬 AI의 실시간 가이드에 따라 기계를 조작하고 복잡한 외과수술을 할 수도 있다.

 

용도 폐기된 것 같았던 메타버스가 AI와 결합되면서 모바일폰을 대체할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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