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불운의 타이틀을 차지할 다음 지자체는?

양휘모 사회부장

image

“지역의 이름은 그 지역의 얼굴과도 같다. 하지만 큰 사고가 발생하면 익숙하게 붙는 지역명은 안성 하면 ‘배’ 대신 ‘교량 붕괴 사고’를, 포천 하면 ‘막걸리’보다 ‘전투기 오폭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해당 지역 주민에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지난 3월 후배 기자가 쓴 기사 내용 중 일부다. 지난해 6월24일,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는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명명됐다.

 

기자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재.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 산업현장의 구조적 안전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대형 참사가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된 날이다. 이날 사고 현장 앞에서 열린 ‘화성 아리셀 공장화재 사고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가 열리며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희생자들은 일부 한국인을 포함한 하청·파견업체 소속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다수였다.

 

사고 3개월 뒤 회사 대표와 대표의 아들인 총괄본부장이 구속 기소됐지만 이후 올해 2월 해당 대표는 수원지법에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을 신청, 현재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유족 측은 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를 구성, 회사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강력히 처벌되도록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의 한 맺힌 투쟁과 절규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전국 곳곳에서는 수없이 터져 나오는 각종 사고에 희생자들의 수는 늘고 있다. 이란-이스라엘과 같이 전쟁이 발발한 것도,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덮친 것도 아니다. 늘 일하던 곳에서 작업자들이 끔찍한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경기도내 지자체가 31곳이다.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사고 발생 후 쏟아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처는 죽음의 행렬을 부추길 것이고 먼 훗날 도내 31개 지자체의 명칭 뒤에 죽음의 재난을 의미하는 단어가 하나씩 붙을까 걱정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