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주 5일 근무제였다. 노동집약형 산업화 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생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기업의 우려가 컸다. 흐름은 이미 주 5일제로 가고 있었다. 김대중 정부인 2002년 7월 시중은행이 도입했다. 노무현 정부인 2003년 8월 근로기준법에 명시됐다. 2011년까지 차례대로 실시됐다. 시범 실시부터 전면 시행까지 9년이나 걸렸다. 노동 일수 변화라는 게 그렇다.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변화다.
십수 년이 흘렀고 이번에는 ‘주 4.5일 근무’다. 사회적 논의는 꽤 진행됐다. 여러 지자체에서 간헐적 시행도 있었다. 행정기관 또는 산하기관에 한정됐다. 이번에 제대로 된 실시가 경기도에서 시작됐다. 19일 참여 업체의 협약식이 있었다. 민간 기업 67곳 등 68곳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환영은 당연하다. 자기 만족도 상승, 퇴사율 감소 등 효과도 기대된다. 관건은 임금 삭감 없고 생산성 저하 없이 시행할 수 있느냐다.
경기도는 이 구멍을 일단 재정으로 채우고 있다. 노동자 1명에게 11만~26만원씩 지원한다. 단축하는 시간에 따른 차이다. 이와 별개로 기업에 2천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근태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명목이다. 눈에 띄는 건 시범실시다. 2027년까지 3년을 정했다. 운영을 통해 효율성, 보완점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그 사이 참여 기업이 늘 수도, 줄 수도 있다. 유연성을 갖고 제도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다.
많은 것을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입되는 재정이 감당 가능한지도 봐야 하고, 기업의 생산성 변화가 어떨지도 봐야 하고, 국제 경쟁력에 미칠 파장도 봐야 한다. 3년간의 시범 실시는 그래서 중요한 시간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고용노동부가 같은 계획을 들고 나왔다.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밝혔다. 주 52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48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연장 근로 허용 시간도 단축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 제정 계획도 밝혔다. 입법 시한을 ‘올 하반기까지’라고 못 박았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나온 경기도·노동부 발표다. 경기도는 ‘시범실시’, 고용노동부는 ‘전격 도입’이다. 충돌·흡수 우려가 있다.
또 하나, 현대차 노사 협상도 변수다. 20여년 전 ‘주 5일 근무제’의 기폭제는 현대차 노조였다. 2003년 8월 노사 타협이 물꼬를 텄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18일 임단협 상견례를 가졌다. 노조가 내놓은 의제에 ‘주 4.5일제 도입’이 있다. 타결 여부에 따라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거듭 밝히지만 ‘주 4.5일제’는 신중해야 한다. 준비하고 실험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기도가 마련한 절차가 적절해 보인다.
김동연 지사가 10일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는 국정 성공의 견인차이자 테스트베드다.” ‘주 4.5일제 시범실시’가 그런 사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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