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에 기초단체 참여 꺼려... 수원 등 여성청소년 46% 미지원 道 전국 첫 보편 지원 의미 퇴색
#1. 용인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A양은 매달 생리 때만 되면 시름에 빠진다고 했다. 생리통의 아픔보다도 일주일동안 쓸 생리용품을 어떻게 구해야할지 막막해서다. A양은 “매일 양호선생님께 가서 생리대를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착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면서 “하루에 하나씩만 쓰면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여름이면 더 마음을 졸이게 된다”고 토로했다.
#2. 수원에 사는 중학교 2학년 B양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생리대를 사용하다가 피부에 맞지 않아 발진이 생기기도 했지만, 매번 생리대를 사기 어려운 B양에게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의 생리대를 쓴다는 건 꿈만 같은 얘기라고 했다. B양은 “얼마 전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1시간에 한 번씩 생리대를 바꾼다는 친구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저도 유해 성분 없는 생리대를 써보고 싶은데, 하루 7개씩 일주일이면 50개에 가까이 필요하다보니 그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가 도내 여성청소년의 평등한 건강권 보장을 위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생리용품 보편지원’ 사업이 당초 취지와 달리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내 기초자치단체들의 재정 부담 비율이 높아 여성청소년 수가 많은 기초단체일수록 사업 참여를 꺼리면서 절반 가까운 대상자가 혜택을 받지 못해서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지난 2021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사업을 도입했다. 도내에 주소를 둔 11~18세 여성청소년에게 연 최대 15만6천원을 경기지역화페로 지급하고, 해당 지역화폐 가맹 편의점에서 생리용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는 지역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다른 탓에 보편지원의 의미가 퇴색한 지 오래다. 도내 31개 시군 중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기초단체는 수원, 용인, 고양, 성남, 부천, 남양주, 파주 등 7곳이다. 이들 지자체는 대부분 인구 규모가 큰 대도시로, 기초단체의 사업 미참여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여성청소년이 전체 대상자의 절반에 육박했다.
해당 사업의 대상자는 52만1천796명인데, 이 중 46%에 해당하는 24만688명이 현재 생리용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원 제외 규모가 가장 큰 용인특례시의 경우 3만1천452명의 여성청소년이 사업 대상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는 지자체들은 대부분 시 예산의 부담을 이유로 들고 있다”며 “도에서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사업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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