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경기도의원이 팽개친 민의의전당… 이러고도 지방의회 강화 말할건가

김경희 경기일보 정치부 차장

image

전국 최대 규모 민의의 전당이 무너졌다. 직원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의사봉을 잡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의원 본연의 역할인 ‘의안의 충실한 심의와 정책제언’마저 그들 스스로 포기해서다.

 

경기도의회는 지금 제384회 정례회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예산을 알맞은 곳에, 잘 썼는지 점검하는 자리다. 이번에는 경제상황이 어려워 당겨진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도 처리한다. 도민들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을지 검증하고, 아니라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리다.

 

지난 10일 시작된 회기동안 도의회 곳곳에서 고성이 들렸다.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아서, 자료를 제대로 구비해두지 않아서, 도민의 어려움을 외면해서 등의 이유로 곳곳의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시민 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런 의원들의 노력이 한순간 무너졌다. 지난 18일 열린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 때문이다.

 

상임위원회 중 가장 선임 상임위는 운영위다. 집행부 공무원들은 밤을 새 준비했다. 그런데 10시에 연다던 회의가 밀렸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미뤘다. 집행부 공무원들은 회의장에 와 대기하다 돌아가길 반복했다. 이유는, 성희롱 논란을 빚은 위원장에게 의사봉을 맡길 것인가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끝내 회의는 오후 4시에서야 열렸다. 의사봉은 위원장이 잡았다. 직원을 상대로 한 성희롱 의혹을 받는 위원장이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그 다음 벌어진 일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부른다.

 

24건의 안건, 처리에 단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무슨 결산이 가능해 적정성을 따질 수 있을 것이며, 추가 예산이 제대로 편성됐는지 검증할 수나 있었을까. 그저 의원들 스스로 거수기 노릇만 한 채 끝났다.

 

이를 운영위에 앉은 누구도 반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러고도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말할 수 있을까.

 

“소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논의했다”고 해명한다. 소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의원 전체에, 또한 도민에게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지난 1년 도의회 기사만 수백건을 썼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댓글이 있다. ‘지방의회 있어서 뭐하나’다.

 

단 한 순간도 동의한 적 없었다. 꼭 필요하다 믿었다. 굳은 믿음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있던 의원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었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때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