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노조 “MBK 차입매수 때문에 홈플러스 계속기업가치 낮게 나와”…‘먹튀’ 규탄

국회의사당 전경. 경기일보DB
국회의사당 전경. 경기일보DB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방식이 결국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파국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정치권과 노조를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홈플러스 사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MBK는 홈플러스를 벼랑 끝으로 내몬 당사자”라며 “점포 폐점 등 비용절감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즉각 개입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이강일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안수용 홈플러스노조 지부장 등이 참석해 MBK를 향해 “먹튀 행각을 멈추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나온 것은 MBK의 차입매수(LBO) 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2조5천억원, 청산가치는 3조7천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책위는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유통 산업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과도한 금융비용을 전가해 기업 정상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그럼에도 점포 44곳 폐점 외에는 아무런 자구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에 투자 유치나 외부 자금 유입이 회생계획 성공의 핵심 조건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MBK는 M&A 외에는 어떤 방식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대응도 본격화됐다. 민주당 민병덕·신장식 의원 등 범여권 의원 25명은 지난 10일 홈플러스 사태 해결과 국회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홈플러스 위기는 2015년 MBK가 LBO 방식으로 인수했을 때부터 예견된 구조적 문제”라며 “당시 MBK는 1조원 투자와 정상 경영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본 회수에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결의안에는 MBK 김병주 회장의 책임을 명확히 하라는 요구도 담겼다.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 김 회장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여야 모두의 질타를 받았던 전례가 있는 만큼, 청문회가 열린다면 김 회장의 출석 여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홈플러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MBK가 최근 고려아연 지분 인수를 위해 약 1조6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중 약 75%가 차입금으로 구성된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에선 “지금의 홈플러스 사태가 향후 고려아연에도 반복될 수 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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