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빚의 덫, 언제 풀릴까

이연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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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도 자산’이라는 말이 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있어야 그만큼 또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근데 이건 ‘있는 사람들’ 얘기다. 시장 냉각기가 이어지는 지금은 아니다. 월세가 밀려서, 휴대폰 요금을 못 내서, 전기·가스가 끊겨서, 별 수 없이 빚을 내야만 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어떻게 빚이 자산인가. 빚은 그냥 빚이다. 부채밖에 없는 명의를 ‘자산가’라 표현할 수 없다.

 

9월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이에서만 50조원에 달하는 빚이 사회를 덮친다. 코로나19 당시 정부가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지원했던 대출금을 갚아야 할 때다. 상권이 살아나지 못해 폐업 옆 폐업이 속출하는데 어느덧 ‘상환 디데이(D-day)’가 기다린다.

 

해결책은 ‘내수 활성화’다. 하지만 가계부채도 이미 심각하다. 지난달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만 한 달 사이 6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원 넘게 늘어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금융협회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우리나라가 ‘세계 2위’라고 분석한 바 있다. 소비 위축이 성장률 하락, 경기 침체 가중화를 이끈다.

 

새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복지 측면에서의 채무 조정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빚을 나라가 대신 갚자는 게 아니라 서민의 삶이 회복될 수 있게끔 최소한의 조치라도 하겠다는 뜻이다. 이 방향 설정을 빠르고 명확하게 해주길 바란다.

 

지난해에 절망의 빚이 희망의 빛을 가린다는 기사(본보 2024년 1월29일자 1·3면 등)를 썼는데 이젠 정반대 기사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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