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진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A는 B소유의 주택에 임차해 거주했고, 차임을 2기 이상 연체함에 따라 B는 계약을 해지했다. A는 보증금 반환을 청구했으나 B는 반환을 지연했다. 이에 A는 새로운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
이후 B가 A를 상대로 연체 차임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경우 A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 따른 비용을 B의 연체 차임 청구금과 상계할 수 있는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를 통해 대항력을 갖도록 한다. 하지만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하게 되면 기존에 갖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럴 때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임차권등기명령’이다. 이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임대차가 종료된 집에 대해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에 관한 임차권을 등기해 두는 것으로, 집을 비우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이때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란 임차보증금의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는 물론, 일부라도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포함한다) 임차인은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가능하며, 법원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에 대한 재판으로 이를 결정한다.
위와 같이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에 따라 임차권 등기를 마치는 경우 임차인에게는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에 대한 재판절차에 관한 비용(인지대, 송달료 등)과 임차권등기에 관련한 비용(등기촉탁 수수료 등, 이하 각 비용을 통틀어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이라고 한다)이 발생한다. 다만 최종적으로 이는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이를 청구할 수 있다.
일반적인 민사소송 비용은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이라는 절차를 거쳐 소송비용을 상대에게 청구한다(민사소송법 제110조). 그래서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도 이처럼 확정 절차를 거쳐 상대방에게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2025년 4월24일 선고 2024다221455 판결)에서 임차권등기명령 비용은 소송비용 확정 없이도 바로 상대방에게 청구하거나 상계할 수 있는 청구권이라고 판단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임차인 A는 소송비용 확정 신청 없이도 임대인 B에게 임차권 등기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B의 연체 차임 청구권에 관해 위 비용의 상계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즉 A가 B에게 지급해야 할 연체 차임이 있다면, A는 임차권 등기 관련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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