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에 놀러와
“우리 집에 놀러 와 // 감자밭 가장자리를 지나 / 시냇물 돌징검다리 건너 / 조팝꽃 쪼르르 피어 있는 오솔길 // 혼자 오지 말고 /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 심심한 구름을 데려와 / 정처 없이 나풀거리는 나비 / 맑고 서늘한 새소리와 함께 와”(시 ‘초대’ 중)
올해 등단 23년차를 맞은 박설희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우리 집에 놀러 와’를 펴냈다. 박 시인은 경기민예총, 한국작가회의 경기지회 창립에 앞장선 수원지역 대표 시인 중 한 명이다.
57편의 시가 수록된 이번 시집은 생명과 죽음, 자연과 인간, 역사와 공동체 등 일상의 희로애락에 대한 폭넓은 시선을 세밀한 시적 언어로 엮어냈다. “한 생명이 가고 한 생명이 왔다”는 시인의 말처럼 존재의 순환, 삶과 죽음의 교차, 그 사이를 머무는 간절함 등 인류 공동의 감성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박 시인의 시는 풍부한 감각적 이미지와 밀도 높은 서정성이 특징이다. 시인은 일상과 자연, 가족을 언어의 재료로 삼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순간을 시적 공간으로 소환했다. 특히 산문적인 흐름과 내레이션, 대화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서정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시적 언어를 완성했다.
이번 시집 전체에 흐르는 주된 정서는 노동, 공동체, 역사적 상처 등 사회적·시대적 문제의식이다. ‘법과 편’, ‘명령’ 등에서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에 대한 감각이 두드러지고, ‘지바현 능소화’ 등에서는 사회적 비극에 대한 인간의 내면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 우리들의 금강경 강의
수원대 등에서 오랫동안 후학을 양성한 김해영 교수와 40여년간 불교 공부와 수행을 한 김동숙 불자가 ‘우리들의 금강경 강의’를 펴냈다.
‘금강경’은 불교의 주요 경전 중 하나로, 그 깊이와 가르침이 시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금강’은 단단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상징하는데, 모든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가르침을 뜻한다. 이에 ‘금강경’은 불교의 철학과 사상적 핵심을 다루면서 특히 ‘공(空)과 무상(無常)’의 개념을 통해 ‘인간의 삶과 우주의 본질’을 전달한다.
‘우리들의 금강경 강의’는 학문적인 해설을 넘어 수행의 현장에서 우러나온 통찰을 담았다. 이에 계태사 회주인 혜담 스님은 “책은 고전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하려는 진지한 시도이자 일상과 수행 사이에 놓인 다리 위를 함께 걷자는 따뜻한 초대”라며 “(이번 신간이) 독자들에게 경전의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가르치는 이들에겐 성찰의 거울이 돼줄 것”이라고 평했다.
총 32분으로 구성된 책은 ‘금강경’의 철학적인 뜻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풀어냈다. 세상에서 겪는 고통과 번뇌를 초월하는 방법에 대한 실용적인 가르침, 실천적인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책의 특징이다.
김해영·김동숙 저자는 “책은 불교에 대한 지적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학습서가 될 것”이라며 “책을 통해 독자들이 불교에 대한 더 깊고 다양한 이해와 통찰을 얻고, 지혜로운 삶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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