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원가 120원? 분노하면 투표장으로’...비난으로 악용되는 '선거 현수막' [6·3대선]

현수막 개수 제한 없어 무분별 '난무'... 대책 마련 시급

오는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인천 곳곳에 특정 후보와 정당을 겨냥한 듯한 투표 독려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장민재기자
오는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인천 곳곳에 특정 후보와 정당을 겨냥한 듯한 투표 독려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장민재기자

 

1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교차로. ‘커피원가 120원? 분노하면 투표장으로’, ‘호텔경제학 분노하면 투표장으로’라는 문구를 적은 대형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단순한 투표 독려 현수막 같지만, 문장 구성과 표현 방식 등 내용은 온통 특정 후보를 비꼬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지난 5월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북 군산시 유세 현장에서 발언한 내용으로 실제 원가와의 괴리, 발언의 실효성 여부 등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연수구 일대에는 ‘내란종식에 한 표를!!’이라는 파란색 바탕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렸고, 서구 원당동 한 아파트 단지 앞에는 ‘12•3 다시 겪고 싶지 않다면 지금 한 표!’라고 적은 현수막도 내걸렸다.

 

이는 지난 2024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등과 연결해 당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을 포괄적으로 비판한 정치적 메시지를 의미한다.

 

오는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인천 곳곳에 특정 후보와 정당을 겨냥한 듯한 투표 독려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장민재기자
오는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인천 곳곳에 특정 후보와 정당을 겨냥한 듯한 투표 독려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장민재기자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주변도 마찬가지. 정문 사거리에는 ‘끝내자 핵발전! 공공재생에너지에 투표하자’, 후문 횡단보도 앞에는 ‘진짜에 투표해야 독재권력 막습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들로 가득한 현수막이 즐비하다.

 

안장호씨(23)는 “현수막이 너무 많고 내용도 자극적이라 보는 사람 입장에선 혼란스럽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 고영웅(26) 씨는 “투표 독려를 빌미로 상대 당을 헐뜯기만 하는 정쟁 부추김 행위”라며 “우리나라 정치에 점점 실망, 이젠 지친다”고 했다.

 

인천 곳곳에 투표 독려를 빙자해 특정후보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내걸렸지만 공직선거법상 투표 독려 현수막은 개수 제한이 없어 시민들에게 불쾌감까지 안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오는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인천 곳곳에 특정 후보와 정당을 겨냥한 듯한 투표 독려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장민재기자
오는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인천 곳곳에 특정 후보와 정당을 겨냥한 듯한 투표 독려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장민재기자

 

지역 안팎에선 유권자 판단을 흐리는 현수막에 대한 제도 및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 독려 현수막을 각 정당 등이 사실상 선거 운동 현수막으로 악용하고 있는 만큼, 법적 규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식적 규제보다는 실질적인 공정성과 표현의 균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법을 우회하는 방식이 늘고 있어 중앙선관위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직선거관리규칙 제32조와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승인받지 않았거나 도시 경관을 해치는 현수막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협조해 단속 및 철거에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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