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박선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전례 없는 변화 시기, 혁신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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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윤원규기자

 

“안전한 집을 짓는 것, 버스가 몇 분 뒤에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것, 주차장 빈 자리가 어디인지 찾아주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일상’의 대부분이 저희 연구의 성과물입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생명을 지키고 삶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기관이 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16대 원장으로 취임한 박선규 전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총장(64)이 이제 막 ‘임기 반년 차’를 맞게 됐다. 과학기술계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무슨 역할을 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박선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을 만나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한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

 

Q. 취임 6개월 차다. 소회와 함께 임기 내 목표를 전하자면.

A.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원장으로 취임한 지난해의 경우는 과학기술계 전반에 있어 전례 없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던 전환의 시기였다. 1964년 관련 통계 수집 이래 처음으로 정부 R&D 예산이 삭감됐고,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서 해제되면서 출연연 체제 전반에 대한 혁신이 요구됐다. 그만큼 저희도 저희만의 정체성과 공공적 역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기 때문에 어깨가 무거웠다.

 

지난 반 년을 단순한 ‘적응 기간’으로 여기고 싶지 않았다. 건설연이 직면한 각종 도전 과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는 시간으로 보내려 노력했다. 상세히 설명하자면 ‘R&D 삭감에 대응한 고부가가치 연구 확대 및 재정 운용의 효율화’, ‘출연연 혁신 방안에 부합하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조직 운영 체계로 정비’, ‘국민이 신뢰하고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 연구성과의 창출 및 현장 확산’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이 안에서 저희 건설연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구체화하고, 또 실현하기 위한 4대 핵심 과제(▲미래를 선도할 성장 기반 구축 ▲융복합 연구개발 생태계의 활성화 ▲국가 과학기술 혁신의 선도 ▲K-스마트건설의 국내 확산 및 글로벌 진출)를 제시하기도 했다.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국민이 신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건설하는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이자 바람이다.

 

Q. 건설연의 주요 현안, 특히 ‘경기도 지역’ 안에서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A. 저희 연구원의 4대 역할과 책임(R&R, Roles and Responsibilities)은 ‘재난•재해 대응, 탄소중립 달성, 미래공간 조성, 건설 생태계 혁신선도’다. 이에 부합하는 각종 연구 사업을 추진 중인데, 경기도와 밀접한 건 두 가지로 축약된다.

 

먼저 재난•재해 대응과 관련, 화성시에 소재한 국내 최대 화재안전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화재 안전성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싶다. 대형 물류시설과 공장이 밀집한 경기도 지역의 화재 안전 확보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와 협력해 연구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또 산업공단 화재 대응 기술을 개발하고 위험물 시설의 내화•방화 기준을 개선하는 한편, 물류시설법 개정과 재난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통해 물류시설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미래공간 조성 관련해서는, 국내 유일의 자율주행 협력 도로 인프라 검증이 가능한 연천 SOC 실증연구센터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최초로 강우•강설•안개 등 악천후 재현 실험시설을 활용해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실증하는 등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차와 도로 인프라 간 협력 강화를 통해 안전한 자율주행 구현을 목표로, 인프라 성능 검증 및 관련 평가•기준 수립을 위한 연구 수행하고 있다.

 

그 밖에 연구 분야 뿐만 아니라 기관 경영 측면에서도 저희는 경기북부권 유일의 출연연으로서, 고양시 등 지역사회와 상생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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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이 지난달 29일 진행된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R&D관련 현안과 연구원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Q.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인 경기 침체, 이 외 예상치 못한 어려움까지 더해졌을 텐데 ‘최대 고충’은 무엇인가.

A. 올해 정부 R&D 예산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29조7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지만 지난해 R&D 관련 예산이 삭감된 이후 회복 국면에 접어든 상황인지라, ‘선택 및 집중’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이를테면 글로벌 시대에 맞는 과학기술 인력 운영을 위해 해외 우수 연구 인력이 유입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고,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가 생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 주도 R&D는 과거에 기술을 축적하던 ‘추격형’에서 현재 파급력을 앞세우는 ‘선도형’으로 전환됐다. 따라서 이를 제도화 하기 위한 전방위적 체질 개선도 시급하다.

 

도전적인 연구 문화를 정착 시키기 위해 연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실패에 대한 관용이 뒷받침되는 기반이 마련되는 게 절실하다고 본다. 또 단기 성과나 논문•특허 중심의 정량 평가에서 벗어나 실용적 성과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저희 건설연의 경우 우수한 시공 능력을 가진 K-건설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분야 기술력 제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도 보태지길 바란다.

 

결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 연구 성과 창출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저희 같은 출연연들에겐 위기이자 기회와 같다. 그동안 성장 기반을 차곡차곡 쌓아온 이들에겐 기회일 것이고, 토대 없이 급성장해 바닥을 다져 놓지 않은 이들에겐 위기일 것이다. 저희는 ‘기회’로 보고 AI 건설 및 첨단 모빌리티 인프라 등 실질적 성과와 체감도 높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Q. ‘스마트 건설 확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등 건설기술계 다양한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A. 한줄로 설명하자면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가속화에 대응해 ‘K-스마트건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R&D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저희는 기술을 첨단화하고,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생태계 전환을 통해 인간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K-스마트건설을 추구해 기술, 산업, 가치를 선도하고자 한다.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이슈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건설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창업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주체가 협업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는 등 스마트 건설 확대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건설연이 국가와 국민에 기여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실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단기적인 기술 진보를 넘어,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며 더 나아가 글로벌 이슈 해결에도 기여하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융복합형 연구 체계를 구축해 중앙정부, 지자체, 산업계와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R&D 혁신을 추진하고자 한다.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기반으로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아가는 건설연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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