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내용 파악 방해 57% 응답 이니셔티브 등 고령층 이해도 ‘뚝’ 쉬운 우리말 사전에 대체어 정리 순화어 참고한 연설문 작성 필요
“거버넌스, 메가시티, 이니셔티브, 유니콘 기업, 딥 테크, 싱크 탱크, 컨트롤 타워….”
31일 경기일보가 제21대 대선 후보자와 정당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클러스터’, ‘패스트 트랙’ 등 외국어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반면, 국민들은 정치권 공약에서 자주 쓰이는 주요 외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실시한 국민 수용도 조사에 따르면 언론이나 정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외국어에 대하여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0%가 낯선 외국어가 “내용 파악에 방해가 된다”고 답했고, 55%는 “거부감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과거보다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 2023년 국민 수용도 조사에서 나타난 48.0%와 50.4%보다 각각 올라간 수치다.
앞서 2020년 한글문화연대가 실시한 공공언어 적합도 조사에서도 ‘거버넌스(governance·민관 협력, 행정)’는 우리말로 써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1.7%, ‘이니셔티브(initiative·주도권, 구상)’는 74.6%에 달했다.
같은 해 문체부의 외국어의 국민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클러스터(cluster·협력 지구)’의 평균 이해도는 18.2%, 70세 이상 고령층은 2.5%로 집계됐다. ‘이니셔티브’ 역시 전체 평균은 16.4%, 70세 이상은 7.5%에 머물렀다.
이미 문체부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만든 ‘쉬운 우리말 사전’에는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대체어가 정리돼 있다.
예를 들어 ‘유니콘 기업 지원’은 ‘거대 신생 기업 지원’으로, ‘융복합 해양클러스터 육성’은 ‘융복합 해양 협력 지구 육성’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또,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매년 새로 유입되는 외국어를 전문가로 구성된 ‘새말모임’을 통해 우리말로 다듬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듬은 말은 국립국어원 누리집의 ‘다듬은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바꿔 쓸 수 있는 표현이 있음에도 정치권에서 어려운 외국 용어 사용이 반복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덕호 국어문화원연합회장은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외국어 사용이 많은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설득하는 과정인 대선 공약을 하면서 다수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용이 제대로 전달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영어를 전혀 모르는 국민의 표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정책 용어에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립국어원 등에서 제공하는 순화어를 참고해 연설문을 작성한다면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