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춰 입을 시간 없어”... 경찰관 피습에 방검복 운용 ‘도마 위’

파주 피습’ 사건 이후 착용 논란
경찰 “긴급 때 신속 대응 어려워”
휴대·지침 재정비 필요 목소리
상황별 대응 매뉴얼 등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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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한 아파트에서 흉기난동 사건으로 출동 경찰관 3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이후 ‘방검복 착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경찰 방검복 운용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일선 경찰관들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방검복을 착용할 여유가 없다는 입장인데, 전문가들은 흉기난동 범죄가 사회 문제로 불거진 만큼 방검복 휴대, 착용 지침을 재정비해 인명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28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년) 출동 경찰관이 흉기 등으로 피습을 당한 사례는 2022년 54명에서 2023년 146명, 지난해 158명으로 급증했다.

 

서울, 성남에서 흉기난동이 발생한 2023년을 기점으로 피습 사례가 3배 가까이 뛴 것이다.

 

경찰청은 흉기난동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지난해 4월 광주광역시 송암동에서 출동 경찰관 3명이 흉기 피습을 당하자 이를 계기로 신형 안전장구를 도입했다. 이에 지난해 6월부터 신형 방검복과 찔림방지 목보호대, 내피형 방검복, 중형방패 등을 일선 지구대·파출소에 보급했다.

 

또 순찰차 내 장비를 탑재해야 하고 흉기 사용 범죄 발생 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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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다기능 방검복·찔림방지 목보호대·내피형 방검복·중형방패.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이 지침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흉기난동 신고는 촌각을 다투는데, 장비 착용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도내 한 경찰관은 “순찰차에 방검복과 장비가 장착돼 있긴 하지만 흉기 난동 상황을 대비에 상시 착용하기엔 장비가 무거워 체력 소모가 크고, 긴급 상황에선 갖춰 입을 시간이 없어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 22일 파주 한 아파트에서 흉기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두 명은 가해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과 팔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피해 경찰관들은 방검복 등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흉기 범죄 및 경찰관 부상 사례가 잇따르는 현실을 반영해 경찰청이 방검복 운용 체계를 재정비하는 한편, 신속 착용을 위한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총기, 흉기 상황 대처가 잦은 미국이나 프랑스 경찰은 방탄·방검복 착용 훈련을 생활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흉기 범죄가 특수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남아 경찰관 피해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신속한 장비 착용 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형 방검복을 상시 착용하는 것은 경찰관에게 피로감을 주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며 “유사 시 목 보호대, 장갑 등 일부 장비라도 착용할 수 있도록 상황별 대응 매뉴얼 정립도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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