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오월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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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모란, 꽃양귀비, 그리고 장미꽃이 마지막 오월을 피운다. 추억 맺힌 감꽃과 뽕나무의 오디도 고향 같은 향수를 담아 온다. 계절 음식처럼 계절 꽃을 그린다. 많은 화가가 한 번쯤 장미꽃을 그렸고 시인은 시를 썼다. 로즈 바이올렛색이 있지만 장미는 빨간색이 매력이다. 요즘은 흰색, 상아색, 핑크색 등 다양한 장미가 있다. 보기보다 장미 그리기는 쉬운 게 아니다. 빨간 꽃과 녹색 잎이 뚜렷하게 강한 보색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사물도 너무 강한 것의 조합은 결합이 쉽지 않고, 개성도 서지 않는다.

 

조용한 성격의 권향숙님은 교실 사람이 잘 모를 정도로 정숙한 분이다. 드러나지 않지만 그의 그림은 잔잔하게 성장하고 있다. 오늘 스케치는 수채화같이 맑다. 노란색 연두색 녹색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고상하고 채도가 엷고 여리기도 한 빨간색의 운용도 그렇다. 그만의 색을 보유하며 꾸준히 가꿔 그의 내면이 아름답게 차려지길 바란다. 들장미, 넝쿨장미는 대문과 담장을 넘으며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 유월이 오면 장미도 걷히고 미라처럼 인조 장미만 우두커니 남을 것이다. 그럴까. 문득 이런 시가 생각난다.

 

“통과해야만 할 아득한 봄날의 시간이/저 밖에 선혈처럼 낭자하다/베란다 앞 낮은 산을 뒤덮으며/패혈증처럼 숨 가쁘게/어질어질 피어오르는 진달래/... 닫혀버린 집안 한구석에서/인조 장미 몇 송이가/무게도 없이 깊이깊이 가라앉는다.” (최승자 ‘아득한 봄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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