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리더십 띄운 언어로 승부수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지금은 이재명 새롭게 대한민국, 정정당당 김문수 미래를 여는 선택, 새로운 대통령 이준석
정책보다 먼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말이다.
유권자가 선거에서 후보에 대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선거 슬로건’은 후보의 철학과 시대 인식, 정체성을 압축해 전달하는 전략적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슬로건은 유권자들이 후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더없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자문을 받아 6·3 대선에서 각 후보들이 내건 슬로건에 담긴 메시지 구조와 설득을 분석, 각 후보의 슬로건 속 전략을 분석했다. 편집자주
6·3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주요 후보들이 저마다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슬로건을 앞세워 막바지 유권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2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적 관심을 모은 대선 후보자 1·2차 TV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각기 다른 슬로건을 내걸고 핵심 문장으로 유권자에게 정치적 정체성과 비전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 슬로건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유권자의 정서에 호소하고 시대의 과제를 담아내며 후보 이미지를 설계하는 데까지 확장되고 있다.
경기일보 대선 특별취재팀은 대선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선거 벽보 또는 선거공보물 상의 공식 문구를 대상으로 ▲표현기법(로고스·파토스·에토스: 이성·감성·윤리 중심 수사) ▲시대정신(국가건설형·국민형성형·국가발전형) ▲유권자 타깃(보수층·진보층·중도층 등 정치적 세그먼트) ▲후보 이미지와의 부합도 등 네 가지 기준으로 슬로건을 분석했다. 이 분석틀은 석종득, 홍득표, 이대희·서승현, 김태용 등 4편의 학술 논문에 사용된 분석틀을 응용해 이번 대선 상황에 맞게 적용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변화와 전환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진짜’라는 단어를 통해 지금까지의 국가 운영을 부정하는 동시에 새로운 질서를 예고하는 대조적 표현기법을 담고 있다. 표현기법 측면에서 문제 의식을 논리적으로 환기시키는 이성적(로고스) 수사에, 현실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는 감성적(파토스) 수사가 결합된 복합형 수사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대정신 측면에서는 낡은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고 시민 주권을 복원하는 ‘국민형성형’ 성격을 띤다. 이 슬로건의 주요 타깃은 사회 개혁에 대한 기대를 지닌 중도층과 진보층이며, 추진력 있는 개혁가로서의 기존 이미지와 부합한다는 평가다.
김문수 후보의 슬로건은 ‘새롭게 대한민국, 정정당당 김문수’다. ‘새롭게’와 ‘정정당당’이라는 수사(修辭)는 신뢰와 도덕성을 강조하는 표현기법으로, 강한 윤리적 수사(에토스)에 기초한다. 메시지는 정의롭고 책임 있는 국가를 추구하는 ‘국가건설형’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후보는 원칙과 도덕을 강조하는 보수적 가치관을 앞세우며 중장년층 유권자를 타깃으로 설정했고, 노동운동가 출신이자 원칙주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의 정합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석 후보는 ‘미래를 여는 선택, 새로운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미래 지향성과 세대교체의 상징성을 전달하고 있다. 슬로건의 표현기법 분석 결과 이성적(로고스) 수사와 감성적(파토스) 호소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이성적 언어와 감성적 미래상을 혼합한 복합 수사를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대정신 측면에서는 정치 구조 혁신과 합리적 통치 시스템을 예고하는 ‘국가발전형’으로 분류됐고, 청년층과 변화에 목마른 중도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를 바꾸려는 내부 개혁자의 이미지와 높은 부합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국 후보의 슬로건은 ‘갈아엎자 불평등 세상’이다. 급진적인 언어를 통해 직접적인 감정 호소와 행동 촉구가 결합된 감성적(파토스) 수사기법이 활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시대정신은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지향하는 ‘국민형성형’ 메시지에 가깝고, 기존 질서에 대한 급진적 전환을 요구하는 진보 진영 유권자에게 강하게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변호사이자 노동운동가로 활동해온 권 후보의 생애와도 메시지가 일관성을 이룬다는 평가다.
김춘식 교수는 “각 후보의 선거 슬로건은 짧은 문장 안에 시대적 문제의식과 개인 정치 철학, 그리고 표심 공략 전략이 모두 적절하게 압축돼 있다”며 “후보의 기존 이미지와 슬로건 문구 간 정합성이 높을수록 유권자의 신뢰 형성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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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2558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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