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 건강 책임지는 ‘건강옹진호’…인천 백령·대청 순회진료 [핫이슈]

건강옹진호. 인천시 제공
건강옹진호. 인천시 제공

 

“이제 어디 아파도 병원선이 있어서 안심입니다.”

 

인천 옹진군 ‘서해 5도’ 백령도에 사는 조강부씨(68)는 지난 1월 건강검진을 받을 때만 해도 별 이상이 없었는데 최근 심장에 압박감이 느껴져 불안하고. 신경이 쓰인다. 인천 육지에 있는 심장 전문 병원에 가려면 최소 1박2일이 걸리는 탓에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병원 진료 때문에 꼬박 2일 동안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백령도에는 심장 관련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료장비를 갖춘 병원이 없다.

 

하지만 지난 20일 용기포 신항에 새로운 병원선 ‘건강옹진호’가 정박하면서 걱정이 사라졌다. 게다가 물리치료는 물론 다른 아픈 곳까지 한번에 진료를 볼 수 있다. 조씨는 “병원선에 인공지능(AI) 심장검사가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다”며 “새로 건조한 병원선 덕분에 시름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건강옹진호. 인천시 제공
건강옹진호. 인천시 제공

 

■ 섬 주민 건강지킴이 병원선 ‘인천531호’…노후화 등 한계

 

인천의 섬 주민들은 뱃길로 육지까지 나가야 하는데다,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아파도 병원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이 같은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인천시는 병·의원이나 보건소가 없는 섬 주민을 위해 병원선 ‘인천531호’를 운영했다. 공중보건의 3명, 간호사 3명, 의료기사 1명, 선박지원 8명과 취사원 1명 등 15~16명이 근무 중했다. 인천531호는 지난 25년 동안 매주 인천의 섬 지역을 오가며 내과·치과·한방과 등 3개 과를 운영했다.

 

그러나 인천531호는 1999년 6월 건조, 노후한 배다. 안전 문제 우려는 물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한계가 분명했다. 게다가 수리비도 해마다 2억원씩 들어가기도 했다. 선박 노후화로 인해 2017년 2만8천789명이던 인천 병원선의 진료 환자 수는 2018년 2만3천104명, 2019년 2만1천992명, 지난해 1만5천662명 등 해마다 감소했다. 병원선이 돈 섬도 2017년 148곳에서 2021년 137곳으로 감소하는 등 제 역할을 못했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선 인천 섬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선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인천시는 126억원을 투입해 신규 병원선 건조를 추진했다.

 

건강옹진호 심장진단검사 장비(왼쪽), 임상병리실. 인천시 제공
건강옹진호 심장진단검사 장비(왼쪽), 임상병리실. 인천시 제공

 

■ 인천 새 병원선 건강옹진호…의료 사각지대 해소 기대

 

새로운 병원선 건강옹진호는 종전 병원선(108t)보다 배 이상 큰 270t급에 길이 47.2m로, 최대 44명을 태우고 최고 시속 46㎞로 운항할 수 있다. 몸집이 커진 덕에 더 멀리 있는 섬까지 오갈 수 있고, 빨라진 속도 덕에 위급 상황 시 다수의 응급환자를 후송하는 응급체계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순회진료 지역도 덕적면, 자월면, 연평면 기존 3개 면에서 백령면, 대청면, 북도면을 추가해 총 6개 면으로 늘어난다. 사실상 인천의 비연륙도서 전 지역 진료가 가능하다.

 

특히 종전 내과, 한의과, 치과 진료만 가능했으나 물리치료실, 임상병리실, 보건교육실이 추가돼 예방접종, 골밀도 검사, 엑스레이(X-Ray), 혈액검사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순회진료를 비롯해 초음파검사, 골밀도 검사, X-Ray, 혈액검사, 예방접종, AI 기반 심장진단검사 등이 가능하다. 보건교육실 운영을 통해 건강증진사업, 이동금연클리닉, 구강교육, 정신·치매 예방 사업도 추진한다.

 

인공지능 심장검사 장비(SmartECG-AF)는 10초간의 정상동율동(ECG)에 미세하게 내재되어 있는 신호를 AI로 분석해 환자의 심장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심장질환예측과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검사 결과는 보건소 내과에서 1차 판독을 실시하며,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인하대병원 심장내과 전문의 진료로 연계할 예정이다.

 

건강옹진호 방사선실(왼쪽) 및 물리치료실 전경. 인천시 제공
건강옹진호 방사선실(왼쪽) 및 물리치료실 전경. 인천시 제공

 

■ 인천 모든 섬, 연간 132일 순회진료…이동형 보건의료 거점

 

건강옹진호는 공중보건의사 3명을 포함해 총 7명이 근무하는 건강옹진호는 연간 44회, 총 132일 순회 진료할 예정이다.

 

앞서 건강옹진호는 임시로 지난 20일부터 2일간 백령면과 대청면 주민을 대상으로 임시 순회진료를 했다. 백령도는 노후화한 종전 인천531호가 닿을 수 없는 먼 곳이다. 이번 순회진료에는 주민 200여명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예정이다.

 

시는 오는 6월 건강옹진호 취항식을 열고 본격적인 정기 진료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1섬 1주치병원과 민간병원, 의료봉사단체의 전문의 의료진과 병원선 의료장비를 활용한 다양한 진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건강옹진호는 단순한 병원선이 아닌, 도서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이동형 보건의로 거점’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의료 취약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어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20일 인천항 역무선부두에서 취항을 앞둔 어업지도선을 점검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유정복 인천시장이 20일 인천항 역무선부두에서 취항을 앞둔 어업지도선을 점검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 인천 신규 어업지도선 ‘옹진갈매기 2호’ 취항…서해5도 어장 배치

 

인천 서해 5도 일대를 누빌 신규 어업지도선 127t급 옹진갈매기 2호가 곧 공식 취항한다. 앞서 지난 20일 유정복 인천시장은 연안부두 역무선 부두를 방문해 선박에 대한 사전 현장점검을 했다. 그는 선박의 최종 건조 상태와 주요 제원, 장비 탑재 현황, 안전 운항에 필요한 사항 등을 직접 확인하고, 어업지도선 승선원들을 격려했다.

 

옹진갈매기 2호는 선령 30년의 종전 어업지도선 226호(46t)를 대체한다. 시는 총 97억원을 들여 신규 건조했다. 길이 35m, 127t 규모로 최대 속력은 시속 46㎞에 이른다.

 

인천 신규 어업지도선 ‘옹진갈매기 2호’. 인천시 제공
인천 신규 어업지도선 ‘옹진갈매기 2호’. 인천시 제공

 

시는 접경해역의 어선들이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인근 어장에 배치할 예정이다. 서해 5도 접경어장은 어선안전조업법에 따라 어업지도선이 있어야 어선의 출항이 가능하다.

 

유 시장은 “옹진갈매기2호가 수산자원 보호와 어업 질서 확립, 해난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해5도의 바다를 늠름하게 지키는 상징적인 선박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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