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X(임대인)는 자신의 건물을 임대차보증금 1억원, 월세 100만원, 임대차 기간 3년으로 정해 Y(임차인)에게 임대하는 계약(제1차 계약)을 체결했다.
Y는 보증금 1억원을 지급했지만 이후 5개월분 월세를 지급하지 않은 채 임대차 기간 3년이 경과했다. 그러나 X와 Y는 협의 끝에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 계약(제2차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Y는 제2차 계약 기간에도 5개월분 월세를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Y는 합계 10개월분 1천만원의 월세를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2차 계약이 종료했다.
Y가 X에게 임대차보증금 1억원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자 X는 연체된 10개월분 월세 1천만원을 상계한 나머지 9천만원만 반환하겠다고 반박한다.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가.
이 사안의 월세 채권은 1개월 단위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민법 제163조 제1호에 따라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을 연체하는 경우 그 채권의 소멸시효는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지급기일부터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6년 11월25일 선고 2016다211309 판결 참조). 따라서 제1차 계약에서 발생한 차임채권은 현재 소멸시효가 완성해 상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논의의 출발점이다. 다만, 제2차 계약에서 발생한 차임채권은 아직 소멸시효가 경과하지 않아 상계할 수 있다. 결국 X는 9천5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X는 보증금에서 연체 월세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제1차 계약에서 임차인이 5개월분 월세를 미납했음에도 제2차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러한 결론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X는 민법 제495조를 근거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도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채권자(X)는 상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규정은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때’ 적용되는데 X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때에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한다(대법원 2002년 12월10일 선고 2002다52657 판결 참조). 따라서 임대차 존속 중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양 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안에 민법 제495조에 따르더라도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X의 이 주장은 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즉, 임대인이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았으며 차임이 연체되고 있었음에도 임대차 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무시해서는 아니 된다. 이에 대법원(위 2016다211309 판결)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 적용해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공제할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이 최근이 선고한 판결(2025년 3월 27일 선고 2024다302217 판결)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결론은, X는 Y에게 9천만원만 반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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