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세계적인 사상가 토마 피케티와 마이클 샌델이 파리경제대학에서 만나 토론을 펼쳤다. 각각 프랑스와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대중 사상가인 두 사람은 만남 자체로 눈길을 모았고, ‘평등과 불평등, 진보’를 키워드로 목소리를 냈다. 평등의 가치는 무엇인지,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 우리를 둘러싼 각종 격차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 토론이 올해 한 권의 책 ‘기울어진 평등: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로 출간됐다.
샌델과 피케티는 불평등의 세 가지 측면인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불평등, 사회적 불평등을 다각도로 조명하면서 지금 우리를 둘러싼 세계화와 능력주의, 불평등한 기본재 접근권, 기울어진 정치 참여, 사라진 노동의 존엄성 등 다양한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친다.
책에서 이들은 지금 시대에서 ‘노동의 존엄성’은 인정받기 힘들며, 우리 사회를 지탱해왔던 연대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의 여러 계층이 섞이는 기관들은 갈수록 감소하고, 부자들과 가난한 이들이 평소 살아가면서 마주칠 일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경제적 격차와 정치적 격차보다도 사회적 격차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두 사람은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과 의료를 포함한 기본재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투자, 더 높은 누진 과세 체제, 부유층의 정치력 통제, 기업에서의 노조 역할 확대, 대입과 선거에서 추첨제 활용 등 여러 가지 대안도 제시했다. 책은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를 통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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