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O에 자산 매각까지”…한신평, 홈플러스 부실 원인으로 MBK 경영 정면 지적

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임직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3월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임직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3월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신용평가가 홈플러스의 부실 원인으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무리한 경영 전략을 지목하며 정면 비판에 나섰다. 인수 당시 발생한 대규모 차입금과 핵심 자산 매각이 사업 기반과 경쟁력을 훼손했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2025년 1분기 부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MBK의 인수 직후부터 약 4조3천억원 규모의 인수금융과 7천억원 상당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상환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한신평은 “현금창출력에 비해 과중한 금융비용과 분할상환 부담 속에 제한적 수준의 자본투자(CAPEX)만 이뤄졌고, 보유 점포 매각이 이어지며 경쟁력 저하와 임차료 부담 확대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전국 126개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국내 2위 사업자임에도, 매출은 저성장과 역성장을 반복했고, 2018년부터는 본격적인 이익 하락세를 겪었다. 보고서는 “지속된 점포 매각과 설비 투자 축소로 자체 경쟁력이 약화돼 외형 성장에도 제약이 있었다”며 “장기적인 영업손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사모펀드의 기업가치 제고 및 투자금 회수 전략이 기업의 재무안정성과 신용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인수 대상 기업에 상환 부담을 전가하고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는 방식은 기업 경영 전반에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과 보유점포 매각 자금을 인수금융 상환에 우선 투입했지만, 지난해 11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6조4천334억원으로 3년 전보다 오히려 3천515억원 늘었다. EBITDA(상각전영업이익) 규모는 임차료와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분석은 MBK가 최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유사한 차입매수(LBO)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LBO 방식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기술 유출과 공급망 충격 등 부작용이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가 신용등급 강등을 사전에 인지한 채 단기 채권을 발행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준비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금융당국뿐 아니라 검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MBK 핵심 인사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MBK와 홈플러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현재 실무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진행 중이며, 조만간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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