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당시 입고있던 가방 동일하게 매고 있어 식별 범인 A씨, 올초 출소 후 절도로 연명하다 덜미 잡혀
"저 사람, CCTV 영상에서 봤는데."
지난 3월23일 오후 9시40분께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쉬는 날 카페에서 공부하다 잠깐 나와 딸과 통화중이던 최정훈 경위(57)는 근처를 지나던 한 남성을 알아봤다.
검은 옷에 형광 주황 가방을 멘 40대 남성 A씨. 근무 때 숙지해뒀던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모습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수원중부서 행궁파출소는 이틀 전인 21일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소재의 무인 옷가게 주인으로부터 신고를 받았다. 전날 한 남성이 옷가게에 들어와 검은색 티셔츠를 훔쳐 달아났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근무 중이던 최 경위와 동료 경찰관들은 폐쇄회로(CC)TV에 찍힌 A씨의 인상착의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런데 이날 통화중인 최 경위 앞을 지나가는 A씨는 그때와 똑같은 옷,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범인이라는 걸 직감한 최 경위는 통화하는 척 조용히 A씨를 쫓아갔다. 동시에 최 경위는 파출소에 즉시 지원 요청을 했다.
A씨 또한 이내 자신을 따라오는 최 경위를 눈치채고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최 경위는 택시정류장 앞에 머무르는 A씨를 보고 도주 가능성을 우려해 그에게 다가가 자신이 경찰임을 밝히고 양 손을 등 뒤로 감은 채 잡아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머지않아 현장에 도착했고 A씨를 체포했다.
알고보니 A씨는 이미 경찰 수배 대상이었다.
그는 올해 초 출소한 후 집 없이 모텔 등에 머물며 떠도는 중이었다. 모텔비, 식비 등 생활비가 없던 A씨는 여기저기 절도를 저지르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2월에도 이미 수원시 소재 한 도서관에서 타인의 휴대폰과 신용카드를 훔쳤고, 그중 신용카드는 사용하기까지 했던 것.
A씨는 결국 이날 최 경위에게 체포된 후 여죄까지 합쳐져 절도와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최 경위는 14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근무중이 아니더라도 범인을 알아본 이상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경위는 1997년 7월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반에서 형사 생활을 하다가 수원권으로 부임해 28년째 근무중이고, 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과 경기남부경찰청 풍속수사팀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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