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의미 있고 중요한 판시라고 본다. “국외 유출된 국가 핵심기술이 회수되지 않아 피해 회사와 대한민국의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러한 범죄는 국내 기업 생존 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등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은 SK하이닉스 직원이던 중국인 여성이다. SK하이닉스의 첨단 기술을 중국 화웨이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벌금 2천만원이 선고됐다. 항소심이 징역 5년에 벌금 3천만원으로 높였다.
수원지법 형사2-1부(고법부장 김민기 김종우 박광서)의 판결이다. 피고인은 2013년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2020년 중국법인으로 파견됐다. 국내로 복귀한 것은 2022년 6월이다. 곧바로 높은 연봉을 받고 화웨이로 이직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 문제 해결책 관련 자료를 유출해 화웨이에 넘겼다. SK가 개발한 최첨단 기술이다. 명백한 산업간첩 행위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죄가 대한민국에 미친 해악을 형량으로 부과해 중형을 내렸다.
첨단 기술 유출은 회사를 망하게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 피해가 수천억~수조원에 달하기도 한다. 산업기술보호법이 이런 위해를 반영하고 있다. 산업 기술 유출범에 징역 15년까지 선고하도록 규정해놨다. 하지만 실제 처단형의 현실은 가볍기 그지 없다. 최근 6년간 기소된 관련 사건이 117건이다. 여기서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14건이다. 전체 9.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으로 풀어줬다.
솜방망이 처벌에 붙이는 판시는 대체로 이렇다. ‘기술 유출로 회사가 입은 손해를 특정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블록체인 보안 기술 엔지니어가 이직을 했다. 근무하던 회사의 기술을 빼돌렸다. 회사가 2년간 70억원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피고인에게 집행유예와 벌금 1천만원으로 끝냈다. 역시 ‘손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수원지법 형사2-1부의 이번 판결은 이런 법원 태도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본다.
1990년대부터 산업기술 유출이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기술은 처벌할 수 없는 지적 영역’이란 의식이 팽배했다. ‘하이클래스 피고인’이라는 현실도 있었다. 이렇게 자리 잡게 된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부터 엄단이 필요했다. 그 이후 기술 유출은 빈도나 내용에서 점점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한중 격차가 사라진 지금의 기술 유출은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경고한다. 명백한 간첩 행위이다. 엄중한 판결이 맞다.
수원지법 형사2-1부의 형량과 취지를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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