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한미 관세 협상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

관세 협상 관련 국제사회 대응 분석
2차 실무회담서 무조건적 수용 아닌
韓 이익 맞는 의제·조건안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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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아주통일연구소장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국, 일본 등은 선거 전에 무역 협상의 틀을 완성하고 그 성과로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조속한 협상이 여당의 지지율을 올려줄 것이므로 선거 전에 빨리 처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와 호주의 총선에서는 베센트 장관의 주장과 정반대로 미국에 일방적 양보를 거부하는 여당이 모두 승리했다.

 

지난달 28일 캐나다 총선은 트럼프 상호관세의 정치적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대였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자유당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경제 정책 실패로 보수당에 20% 이상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및 캐나다의 미국 51번째 주 편입은 선거 구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반(反)트럼프 여론에 편승한 자유당은 상호관세에 강경한 대응을 주장한 마크 카니 전 캐나다은행 총재를 트뤼도 총리 후임으로 선출했다. 카니 총리는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를 캐나다의 트럼프로 맹렬히 비했다. 그 결과 정권교체를 기대했던 보수당은 총선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포일리에브르 대표도 의원직을 상실했다.

 

지난 3일 호주 총선에도 반트럼프 여론이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노동당은 물가 및 집값을 잘 관리하지 못해 자유당·국민당 연합에 패할 것으로 예측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호주에 주력 수출품인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면제를 거부한 3월 이후 반트럼프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를 모방해 정부효율부(DOGE) 도입을 통한 공공 부문 인력 감축 공약을 제안했던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그 결과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노동당에 역전당했을 뿐만 아니라 더튼 자유당 대표도 지역구를 지키지 못했다.

 

캐나다와 호주에서 반트럼주의의 승리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월7일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1조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등 타협을 모색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지난달 17일 첫 실무회담에서 베센트 장관에게 포괄적 합의를 가능한 한 조기에 실현하겠다는 의사를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열린 2차 실무회담에서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상호관세에 대해서만 24%에서 14%로 인하하겠다는 미국의 양보안을 즉각 거부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3일 세 가지 관세를 모두 인하하는 패키지 딜이 아니면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일본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미일 협상은 당분간 교착될 것이다.

 

미국과 빠른 타협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베센트 장관의 주장은 캐나다와 호주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이미 틀린 것으로 증명됐다. 따라서 정부는 이달 중순 예정된 2차 실무회담에서 미국의 요구 사항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만 논의하지 말고 우리가 원하는 협상 의제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국가 이익을 적극적으로 수호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다음 달 대선에서 유권자의 냉정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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